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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다. 나름대로 성장의 고통과 아픔이 있었다. 자연과 만나는 감동이 있었고, 항구와 시장과 벌판, 공장에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보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한가운데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과 땅을 보았고, 바람과 비도 원없이 맞아보았다. 가을볕에 타버린 얼굴과 더 탄탄해진 다리근육과 맑아진 머릿속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 몸이 가벼워진 것처럼 마음도 가벼워졌다. 삶을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송탄역 근처의 여관방에서 눈이 떠진 것은 6시. 알람도 없고 창밖도 어두운데 눈이 떠졌다. 오늘이면 서울로 들어간다는 설렘 때문이었을까? 다시 잠들어보려 했지만, 잠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뉴스를 틀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심드렁하니 듣는다. 건성건성 듣다가도 일기예보만 나오면 몸이 돌아간다. 버릇이 됐다.


터미널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1번 국도를 따라 길을 나섰다. 아침부터 많은 차들이 오고간다. 서울에 가까운 국도라지만 도심을 빠져나오면 갓길은 엉망이다. 왼편으로 차들은 쌩쌩 소리를 내며 달리고 갓길은 아슬아슬하고 오른편은 논두렁인 길을 달린다. 도심내에서는 아예 차도로 달리는 것이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인도쪽에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놓은 곳도 많지만, 차도의 아스팔트에 비하면 울퉁불퉁하고 곳곳의 지반이 깨지거나 무너져 엉덩이가 무사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안전하게 가자는 마음에 인도쪽을 택해서 조심조심 갔다. 사람도 피해야지 길도 살펴야지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방에 비해 서울과 수도권 쪽이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훨씬 부족하다. 지방의 큰도시 뿐만 아니라 중소도시들 중 일부는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인도로 다니는 사람도, 차도로 다니는 차량도, 그리고 자전거도 모두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서울로 올수록 이런 정책적 배려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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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가는 길에 1번 국도를 도저히 타기가 어려워 샛길로 빠져 달렸다. 간신히 수원역까지 달려갔는데, 거기서 다시 안양 방향을 알 수 없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길가 간이매점에서 어묵을 사먹으며 길을 물었다.


“저, 자전거로 안양 방향으로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자전거로?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자전거로 가려면 한참 걸릴 텐데, 어이구”


자전거 전국여행의 마지막 여정인데, 고작 수원에서 안양 가는 게 한참 걸릴 거라고 걱정해 주는 아저씨의 말에 속으로 웃고 말았다. 고작 10km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 수백km를 달려온 내가 그것이 두렵거나 걱정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어쩔 수 없이 1번국도를 타고 달렸다. 물론 수원에서부터는 계속 인도로 달렸다.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들은 거침없이 차도를 달린다고 하는데, 자전거 전국여행을 한 나도 도심내 차도를 달린다는 건 꺼리고 싶은 일이다.


수원의 명물이라고 하는 팔달문과 장안문을 지나 의왕시를 향했다. 의왕시내로 진입하니 안양까지 8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안양에 들어가서는 안양천을 따라 집으로 달렸다. 첫날 집에서 나와 안양천을 타고 시작한 자전거 여행이 이제 다시 안양천을 타고 마무리됐다. 안양천 길에서 만나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반갑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네까지 안양천 둔치에서 늦가을 맞이 나들이를 나온 모든 사람들이 나를 마중나온 사람처럼 반갑다.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잠시의 일탈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렇게 나는 돌아가고 있었다. 모천(母川)으로 돌아온 한 마리 연어처럼 내가 다시 돌아간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쏟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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