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란다. 계절이 지나가는 속도보다 빠르다. 금세 쌓인 낙엽을 밟는 아이의 작은 발이 만질 때마다 자란 것을 느낀다. 어떤 때는 키보다 더 빨리 자라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또 한 가족이 동물원을 향한다. 아이는 아직 유모차 안에서 자고 있다. 그 아이도 우리 아이만큼 빨리 자랄까. 산꼭대기에서는 벌써 벌거벗은 나무도 보인다. 떠나는 계절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웃음기가 좋다. 따라 웃어보지만 헤설프다. 문득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자작나무 숲이 떠올랐다. 하나의 질서처럼 곧게 뻗은 회색빛 자작나무 숲에는 세월의 엄중함이 묻어 있다. 거기 가면 아무 거리낌 없이 시간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세상은 참 잔인하다. 여기저기 충돌과 살육의 소음이 쟁쟁하다. 그러다가 이렇게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
민서 엄마는 전날부터 부산했다. 하루 전날인 11일 치악산 자락 콘도에서 민서엄마의 지인들이 준비해 준 케익으로 생일 잔치를 치렀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내 페이스북에 올려서 또 많은 이들이 축하해 주었다. 그 페이스북 페이지를 민서에게도 보여주었더니 케익에만 관심을 가진다. 애가 무엇을 알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사진 몇장으로 이야기 될 뿐이지만, 삶은 지금의 행복을 가치있게 보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와 민서엄마는 부모로서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찾아 가고 있다. 전날 저녁부터 부산하게 생일상을 준비했던 민서 엄마는, 생일 날 아침에는 민서가 일어나기 전에 이렇게 민서의 칠판에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매년 생일을 이렇게 보내는 건 어렵겠지만, 준비하고 메시지를 남기는..
마흔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살아온 인생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더라.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나이도 이제 마흔이 낼모레다. 어찌됐건간에 나이와 인생에 얼굴에 드러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좋은 얼굴을 가지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얼굴 표정을 본다. 뽀얀 얼굴에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에 매번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게다가 이제는 자아가 생기는 시기라서 그런지 감정을 얼굴에 싣는 것이 점점 다양해지고, 어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나름의 표정 연기도 점점 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어린 아가의 애교라는 게 그런 게다. 억지 울음이나 억지 웃음도 짓는데, 그런 표정을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아기야 그것을 어른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보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였음에..
때론 생각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있다고. 혹여 지금 내가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러다가 다행히라는 생각도 든다. 그때 무엇 때문에 아파했는지, 왜 고통스러워 했는지 쉬 잊혀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밀어내면서 잊고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사람들과 함께 있다. 홀로 있는 시간에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자아겠지만, 그 자아를 넓히고 공감의 감정으로 행복을 느끼려면 사람과 함께 하는 일밖에 없다. 일상에 조용한 파문이 던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던지는 돌멩이에서 시작한다. 살천스러운 시대에 그저 소나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릴 게 아니다. 텐트에 비가 세기 시작했으면 먼저 나서서 비를 옴팡 맞더라도 팩을 다시 박고 텐트를 재조정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작을 준비..
지난주 민서는 한밤 중에도 느닷없이 일어나 한시간 내내 울어대는 일이 잦았습니다. 불을 키고 어디 아픈데가 있나 온몸을 뒤져보아도 뚜렷한 증세는 보이지 않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집안 여기저기를 안고 돌아다니며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온갖 애를 써도 아기는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오래전에 떼었던 엄마젖을 다시 물고는 숨넘어가는 울음소리를 잦아가며 천천히 잠이 드는군요. 조심스레 체온기로 아이 열을 재보면 보통 38도를 오르내립니다. 그렇게 뜨거운 건 아닐텐데 부모 마음이 그런가, 아이가 불덩이같다고 엄마는 말하네요. 처음에는 감기인줄 알았습니다. 기침도 하고 콧물도 나오고 게다가 열까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결론적으로 엄마 아빠의 생각은 절반은 맞았지만 절반은 틀렸더군요. ..
민서가 감기에 걸렸네요. 보통 갓난아기 보다 민서 나이 때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젖을 먹을 때는 엄마의 면역성 물질을 내려받기 때문에 괜찮은데, 젖을 땐 후에는 스스로 면역력을 강하게 키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러다 보니 약한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산다고도 하는데, 다행히 민서는 그렇지는 않은 듯하네요. 지난 번 열감기에서는 어느덧 스스로 낫더니 이번 감기는 쉽게 물러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병원에 다녀온 민서 엄마 말로는 열뿐만 아니라 콧물과 기침도 하는 걸 봐서는 지난번과 사뭇 다르다고 합니다. 지난 밤에도 밤새 칭얼대고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밤잠을 설쳤는데, 오늘 밤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잠을 못자는 게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아픈 것이 부모를 더 힘들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