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민서 재우면서 민서 손을 꼼지락 꼼지락 만지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글쎄, 오늘 낮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 민서가 배변의자에서 의자 뚜껑을 만지면서 노는 거야. 그건 민서가 쉬야나 응가가 하고 싶다는 표시거든. 그래서 내가 '민서, 응가 하고 싶어?'하고 바지 벗겨서 앉혀 놓고 같이 노래 부르며 응가하는 놀이를 했지. 그런데 응가가 아니고 쉬야더라. 아주 많이 싸놨더라구. 이제 거기서 쉬야 하는 게 재미있나봐. 아무튼 그렇게 쉬야해놓고 다시 바지 입히고 난 급하게 일이 있어서 일보고 있는데, 어디서 물소리가 들려. 돌아보니까, 아이구, 민서가 자기 오줌물을 가지고 놀고 있더라. 심지어 자기 얼굴에 막 바르며 세수 하는 흉내까지 내는 거야. 그걸 보고 내가 '민서야!!!'하고 ..
엄마 뱃속에서 8달 만에 나온 아이라 부족한 두 달로 인해 늦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민서는 보통의 아이들만큼 자라고 있다. 돌도 되기 전에 걷기 시작한 것은 보통의 아이에 비하면 빠르다. 늦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던 만큼 아이의 이런 성장 발달이 우리 부부에게는 경이롭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유아용 용변기에서 변을 보기 시작했다(네, 지금 저는 아이가 똥 누는 것도 자랑이라고 글 쓰고 있습니다-_-;;). 보통은 18개월부터 배변 교육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민서는 불과 15개월 만에 용변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항상 용변기에서만 변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3번 중에 2번은 용변기를 이용하고 있다. 민서는 배에서 신호가 오면 뿡뿡이(소아용 용변기)..
여전히 난 민서가 태어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민서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날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워 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산의 고통에 대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고통은 여전히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당사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둘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내 재정 건전성이나 내 삶의 부자유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어 했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가 그것을 잊었을 리가 ..
어린왕자를 만나다 지난 토요일은 아내의 친한 동생네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멀리 남양주에서 열리는 돌잔치라서 이왕 나서는 길, 가족 나들이 계획까지 세웠더랬죠. 아침 일찍 나와서 쁘띠프랑스를 둘러보고 청평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긴 후 마석공원 미술관에 들렀다가 저녁 6시에 있을 돌잔치에 참여하자는 거창한 계획은 때아닌 장마 소식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신 쁘띠프랑스만 둘러보고 돌잔치에 다녀왔지요. 쁘띠프랑스는 입장료가 대인 8,000원이었는데, 그 가격만큼 볼만한 게 있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저기 다채로운 행사를 하던데, 아기를 안고 다니기에는 사실상 어렵더군요. 그래도 좀 큰 아이들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설 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잃어버린 순..
순수한 육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태동하는 아이의 영혼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과 공명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알려주는 그 신호에 우리는 충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아이를 안아 들어 본다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그것은 큼직한 사랑을 하나 들고 있는 무게와 같다. 아이가 무럭무럭 크다 보면 그 버거움은 아이의 몸무게만큼 더욱 커진다. 그런 사랑을 거뜬히 들어 올리는 게 또한 사랑이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가.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아기가 함께 맞아주는데, 그때마다 민서는 활짝 웃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날 있었던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을 지워주는 미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래서 점점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회사에 묶어 놓은 말뚝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
4월 19일이 결혼 1주년입니다. 비록 아내와 딸은 멀리 전라남도 구례 산골짜기에 있지만, 저로서는 남다른 날을 남다른 방법으로 기념해 보렵니다. 불과 1년 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들떠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렀던 기억들이 이제는 아주 오래전 기억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 사랑하는 아내와 그만큼 또 사랑하는 딸, 민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는 금방 멀어지는 법이죠. 이렇게 저에게 1년 만에 사랑하는 여인이 둘이나 생겼습니다. 세상이 맺어준 인연 아내와 하늘이 맺어준 인연 딸. 둘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새벽 5시에 출발해 다시 4시간여의 먼 길을 달려 아내와 민서에게 갔지요. 여전히 운전은 ..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놀아달라고 떼쓴 민서를 벌주기 위해서 바지 속에 팔을 넣어봤습니다. 녀석은 가만히 있더군요. 벌써 자기의 잘못을 깊이 알고 반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빠,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요? 암튼 저렇게 만들어 놓고 전 자전거 타고 출근했습니다. 아마 민서 엄마가 제가 나가자마자 풀어주었을 겁니다.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며, 옆의 계단으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다세대 집구조이다 보니, 민서는 작은 울림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듯합니다. 아이를 보면서 새삼 도시의 소음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37년을 살아오면서 이제 이 도시의 시끄러움에 많이 익숙해졌나봐요. 그러나 아이는 그렇지 않았죠. 결국 엄마 아빠가 잘 때는 조용..
어제, 오랜만에 아내의 화장한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토요일을 맞아 자유 시간을 갖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화려한 색조화장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하는 방황이나 가출은 더더욱 아니다. 기껏해야 친구들 만나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나 나누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아내는 "예전 같으면 거나하게 한술 했을텐데…"하며 아쉬워했다. 화장한 아내의 얼굴을 보니 나까지 괜히 가슴이 설렌다. 토요일은 언제나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자 했다. 오전에도 내가 아기를 돌봄으로써 아내가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짜서 비축해 놓은 냉동 젖을 녹여서 적당히 덥힌 후 민서에게 먹이고 달래고 놀아주면, 아내의 곤한 잠은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대신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멀리 산행을 다녀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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