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서 청춘의 문제도 바뀐다. 난 지금의 청춘을 모른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다고 나서는 게 더 볼품없는 일이다. 문제를 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해야 할 텐데, 그 실천과는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덧 중년을 넘어가다 보니 조직 내에서의 위치 역시 청춘을 이용해 삶을 연명하는 건 아닌지 하는 자괴감도 없지 않다. 거대한 시스템의 챗바퀴에 어느 누구는 깔리거나 힘겹게 돌리고 있다면, 난 그 챗바퀴에 올라타거나 손쉽게 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편안한 삶일까? 그럴리가 있나. 나 또한 거대한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한낱 나사일 뿐인데 말이다.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선택적 가난이라고 위안하면서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삶이다. 나이가 있으니 상처들..
서울은 이날 영하 9도까지 내려갔다. 한파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친친 국수의 유리창에는 짙게 김이 서려져 있다. 뿌연 유리문 너머로 두 남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창기와 성태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국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외국인 남녀가 들어왔다. 메뉴에 대해 광노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로 분위기는 정겹다. 친친국수 닭개장 국수 ST 이야기전날 영화 ‘미라클’ 시사회 뒷풀이로 간만에 엄청 달렸단다. 닭개장국밥을 주문했지만 그의 입에 들어가는 밥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술은 참 달게 마신다. 역시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국제시장’과 관련해 성태는 “훈훈한 ... 따져보면 무서운 영화”라는 기사를 오마이뉴..
1. 줄거리 사상 최초 남북 단일팀의 국가명은 ‘코리아’, 국가(國歌)는 ‘아리랑’, 국기(國旗)는 ‘한반도기’였다.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여 4강에 오른다. 개개인의 실력에서는 세계 어느 팀에 뒤지지 않은 강팀이었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의 남북 대결에서 비롯된 서로의 앙금도 쉽게 극복되었을까?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번번이 탁구 강국인 중국의 벽을 실감해야 했던 현정화 선수. 그녀에게 일본 지바 세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낯선 남북 선수들이 모여 훈련을 시작했지만 동료로서의 신뢰도, 인간적인 애정도 없었던 상태에서 단일팀이 만들어지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남북의 선수들은 연습 방식, 생활 방식, 사고 방식, 심지어 ..
1. 줄거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에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은 부자 구단들에게 빼앗기는 가난한 구단의 구단 주 ‘빌리 빈(브래드 피트 역)’은 또 한번 드래프트 시장에서 돈 없는 설움을 톡톡히 치른다. 그러다가 문득 만난 경제학 전공의 ‘피터’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선수 선발 방식을 시도해 보기 시작한다. 그것은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규칙과 룰이었다. 그는 순수한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해 타자의 경우 출루율, 투수의 경우 피출루율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직까지 유명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조합해 새로운 팀을 꾸리고자 한다. 여기에는 사생활 문란, 잦은 부상, 최고령 등의 이유로 다른 구단에서 내놓은 선수들이 모여들게 되고, 모두들 미친 짓이라며 그를..
엄마는 노심초사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엄마는 자녀의 노예다. 아니다. 한국 사회의 자녀들은 엄마의 노리개이다. 정반대되는 두 개의 명제가 어찌됐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있는 논리다. 다시 말해 이것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모순이다. 엄마와 자녀가 맺고 있는 관계의 모습(형식)이야 어떻든 그 내용은 지구 어디나 같다. ‘모정’, 단 두음절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순수할 것만 같은 ‘모정’이라는 말도 정작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드러나는 모습은 그렇게 두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의 ‘알파맘 VS 베타맘’ 논쟁도 그런 엄마들이 가진 모정의 형식을 두고 나타난 말이다. 우리 사회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가지고 있는 최대 관심이 ‘교육’인지 아니면 ‘성적’인지 헷갈리고, 욕심과 욕망을 ..
모든 생명은 있는 힘껏 생을 살아간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삶의 가느다란 끈을 결코 놓는 법이 없다. 하물며 함께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딱히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인간중심주의, 모든 생명들에게는 지옥의 묵시록과 같은 그 말. 다시 행복을 정의해야할 때이다. 영화 가 말하는 참삶에 귀기울여 보자. 우리는 24개월령 미만의 소들만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24개월의 소들도 온갖 항생제를 맞으면서 억지로 살을 찌우고, 깨끗한 풀이 아닌 가공된 사료만을 먹여 키운 것들이다. 평생 들판을 자유롭게 누비지 못하고 제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좁은 우리에 갇혀 자기가 쌓은 똥과 오줌 범벅으로 살아간다. 고작해야 30개월의 삶을 살다가 미치거나 주저..
후배로부터 의 OST를 받아 들었을 때부터 ‘아, 이 영화 꼭 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좋다는 입소문이야 같이 일하는 여직원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던 터였지만, 익숙한 아바의 음악이 이끄는 매력은 그 입소문보다 확실히 대단했다. ‘원스’가 저예산 영화에서 출발한 음악 영화의 소박한 순수함이 있다면, ‘맘마미아’는 기획된 영화의 기교와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제대로 된 음악 영화를 갈구하던 대중들은 ‘맘마미아’의 출현에 환호했다. 4주 동안 전국 317만 명을 끌어들여 2004년 이 세운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우선 재밌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 노래가 시작되더니 정말 줄기차게 노래가 나온다. 심지어 영화가 다 끝나도 앙코르 영상을 통해 따로 보여주는 노래들도 좀처럼 자리..
하루종일 비가 왔다. 비 오는 소리가 좋아 창을 열었다. 차가운 창살이 창 앞에 가지런히 서있다. 지금 당신의 집 창문은 어떤가. 아마도 당신이 도시 생활을 하고 있다면, 특히 서울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쇠창살 창문을 보고 있을 것이다. 열린 창으로 보여야 할 푸르른 하늘이 창살로 쪼개져 있을 거다. 우리는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가늠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을 상정하고 우리를 스스로 속박하고 있다. 스스로 눈을 가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근대 역사에서 결코 함께 설 수 없는 이웃이 되어 버린 두 나라. 영화 는 그 두 나라의 경계에 있는 레몬 농장의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와 그 옆으로 새로 이사온 이스라엘 국방장관 나본과 그의 부인 미라의 이야기다. 셀마의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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