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살아온 인생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더라.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나이도 이제 마흔이 낼모레다. 어찌됐건간에 나이와 인생에 얼굴에 드러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좋은 얼굴을 가지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얼굴 표정을 본다. 뽀얀 얼굴에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에 매번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게다가 이제는 자아가 생기는 시기라서 그런지 감정을 얼굴에 싣는 것이 점점 다양해지고, 어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나름의 표정 연기도 점점 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어린 아가의 애교라는 게 그런 게다. 억지 울음이나 억지 웃음도 짓는데, 그런 표정을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아기야 그것을 어른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보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였음에..
2011년 달력을 한 부를 샀다. 내년에는 부디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인 차별이 없애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도 백번씩 나는 나의 삶이, 살아있는 혹은 죽은 사람의 노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 그리고 받은 것 만큼 되돌려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만 하는가를 스스로 일깨운다." 우리는 단 하루 한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상은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웠으면서도 이 세상의 어두운 곳을 비추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돌리곤 한다. 내 지금의 안락이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삶도 그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 최소한의 변화를 원하는..
보통의 아기들이 그러하듯 일단 뭐든지 입으로 갑니다. 안고 있으면 아빠 팔뚝이나 손등을 빨고 있고, 장난감을 주면 맛부터 보려는지 입으로 가져가는 거죠. 아기는 미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미각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감각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민서는 요새 입에 침이 고이는 경우가 많아요. 입으로 "브르르르르"하며 고인 침을 가지고 장난도 치죠. 민서가 처음에는 젖병을 강력히 거부했습니다. 어렸을 때 젖꼭지를 이용해서 비타민과 약을 좀 먹였는데, 그 기억 때문인지 젖병의 꼭지를 물면 약을 먹는 줄 알고 혀를 내밀어 뱉어내려고 하거나 짜증을 내곤 했죠. 덕분에 처음에 사놨던 분유는 고스란히 애물단지로 남아버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점점 엄마 젖이 모자르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도 보채던 민서에게 분유를 ..
순전히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는 거지만, 아기가 우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배고프면 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게 생명의 본능. 아기는 이것을 우는 걸로 표현한다. 둘째, 밑이 불편하면 운다. 즉 기저귀가 젖어 있거나 똥을 싸놓았는데 갈아주지 않으면 운다. 불편하니까 깔아달라는 얘기다. 셋째, 신체적 변화가 오면 운다. 열이 있거나 속이 안 좋거나 하는 경우다. 몸이 자기가 원하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주사 같은 경우는 처음 맞을 때만 울 뿐, 잘만 달래주면서 놀아주면 금방 울음을 그친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대책 없다. 아기가 끊임없이 울어대는 경우는 그래서 병원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투정. 잠이 온다고 운다. 아이를 안 키워본 사람은 잘 ..
장모님은 아기가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매번 하시던 말씀이 있다. "애기 퇴원하기 전에 자둬라이~. 아가 오면 그렇게 단잠이 그리울 수 없단다. 지금 많이 자 둬." 그렇다. 아기가 온 후 난 5시간 이상 푹 자본 일이 없고, 아내는 4시간 이상을 자본 일이 없다. 꼬물꼬물 노는 아기 재롱이 귀엽고, 나날이 살이 조금씩 오르는 아기 볼살에 빠져 있는 사이 아내는 피곤이 조금씩 쌓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아기를 자주 안기 시작하고 아기와 눈을 마치면서 뒷목의 뻐근함으로 호소해 왔다. 지병이던 손목 통증도 또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내 아침밥과 도시락은 꼼꼼이 싸주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다. 주말에는 내가 아기를 보고 아내를 푹 재워야겠다.
하루 24시간 내내 먹고 자고하다가 이제는 노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저렇게 적게는 한두시간, 많게는 서너시간을 혼자 논다. 온갖 표정연습을 하는 연기파 배우처럼 다양한 인상을 짓고 있는 걸 보자면 천국이 따로 없다. 매일 보다 보니 잘 몰랐는데, 사진으로 찍고 이전에 올린 포스팅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볼살이 통통해지는 게 눈에 띈다. 작게 태어났지만 목소리 하나만은 야무져서 울음도 쨍하게 울어대는 우리 아기의 출생신고는 내일 중에 할 예정이다. 이름은 '민서'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엄마 아빠의 행복이 되어주렴, 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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