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재 노을에 기대어 서다 - 백두대간 지리산에서 덕유산까지 9박10일의 이야기 8 - 육십령 >> 할미봉 >> 장수덕유산 >> 남덕유산 >> 삿갓재대피소(11.9km) - 2008.07.02. 아침부터 안개가 심상치 않다. 강수확률은 30%. 비가 올까? 완전히 마른 신발을 신어봤던 게 언제였더라. 수염을 자른 게 언제였더라. 입고 있는 옷도 매일 똑같다. 다행히 매일 세탁을 해서 입지만 물세탁만 한 거라서 냄새도 좀 난다. 머리카락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길게 자라고 있다. 손톱의 때는 양호하다지만 끼고 있는 장갑에서는 퀴퀴한 땀내가 진동을 한다. 행색만 보면 산사람 그대로다. 도시에 나간다면 거지도 그런 상거지가 없을 거다. 이렇게 이틀은 더 가야 한다. 여행이 끝난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 5시, 식..
촛불집회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위트와 풍자, 해학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전경 여러분, 이미 점호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 바로 해산하시고 숙소로 돌아가서 점호받으세요. 전경 여러분, 여러분이 이런다고 밥 더 주지 않습니다. 휴가, 더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선동당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을 선동하는 저 경찰들을 보세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불법을 행하는 동안, 여러분들을 선동하는 저 경찰관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여러분들을 선동하고는 바로 도망가 버릴 것입니다. 여러분, 선동당하지 마시고 방패를 내려놓으시고 시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여러분의 가족과 형제 자매들입니다. 여러분의 미래의 부인입니다. 전경여러분, 여러분에게 명을 내리는 어청수의 아들은..
초기화면을 다음으로 바꾼지는 오래다. 촛불집회 이전부터 내 컴퓨터의 초기화면은 엠파스나 다음 둘 중의 하나였다. 네이버가 자사이기주의와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못된 짓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타사의 열린검색을 막는다든지, 정치적 댓글을 기사와 관계없는 엉뚱한 곳에 몰아놓는다든지의 정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보유통의 자유로운 흐름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침해하는 행위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조중동이 다음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나왔다. 많은 네티즌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미디어 다음을 ‘청정지역’으로 선포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컨텐츠를 제공받아 운영하는 포탈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조중동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정보는 독점이 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유통(흐름)의 ..
집단주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는 많은 의견들이 생성, 확장, 소멸의 과정을 거쳐 정제되기 마련이지만, 자칫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거나 잘못 확장될 경우 집단에 매우 안좋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특히 집단을 묶고 있는 것이 이성이냐 감성이냐는 그 결과에서 천지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집단 지성과 집단 감성은 다른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작된 집단 지성의 발현은 100만 촛불집회로 모여들었고, 이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몰입교육 등 전반적인 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다음 아고라는 참신하고 기발한 집회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집단 지성의 메카로 불리어 왔다.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내세우며 ‘닭장차 투어’ ‘물대포샤워’ ‘명박산성’ 등을 만들어내..
촛불이 항쟁을 만들었다. 21년전 돌과 쇠파이프와 피로 이루어낸 승리를 우리는 지금 작은 촛불 하나로 만들어 내고 말았다. 독재자의 얼굴이 달라졌다고 해서 독재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고문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고문의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며, 감시와 사찰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상존하고 있다. 식민의 구호는 퇴색되었다고 하나 친미사대주의는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중'이라는 말은 역사 속에서 나와 지금 우리 광장에 다시 서고 있다.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이어진 촛불은 한점의 희망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불바다였다. 인간이 만든 어느 불빛이 이처럼 맑고 순수하며 위대할 수 있을까. [출처] 벗이여 해방이 온다 - 윤선애 |작성자 파즈
이런 집회는 처음이다. 그렇게 많은 시위와 집회로 거리에 서봤지만, 이번만은 분위기가 다르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도 보이고, 연인끼리 나온 사람도 있다. 넥타이 메고 앉아있는 셀러리멘도 있는가 하면, 투쟁조끼를 입고 있는 노동자도 보인다. 중절모에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도 있고, 개량한복 입고 나온 할머니도 보인다. 마실나온 것처럼 가벼운 옷차림의 아주머니가 있는가하면,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옷차림에 세련된 화장을 한 아가씨도 있다. 나처럼 자전거 타고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그뿐인가, 군복을 입고 시위대를 보호하는 예비군들이라니! 마스크를 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중고등학생이다. 교복을 그대로 입은 아이들도 보인다. 여기에 배후도 없고 주동자도 없다. 이런 집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다…’ 김훈의 소설 에 자주 나오는 글귀다. 사실 이 글귀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먼저 실렸던 글귀다. 이 짤막한 글귀만큼 당시의 초라하고 궁색했던 조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난 그말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저께 ‘나는 남한산성에 있었다.’ 우리 삶도 언제든 ‘독안의 든 쥐’처럼,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왕’처럼 초라해질 수 있다. 그 순간 우리에게 길은 있을까. 나가서 항복을 하는 길도, 안에서 굶어죽는 길도, 길이 아니면서 길이 되는 그 길에서 우리는 망설이고 있다. 김훈은 썼다. “그해 여름, 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할 길은 포개져 있었다”라고… 남한산성은 김훈 덕분에 유명세를 탔고, 숭례문의 희생으로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소설 이 유명해지면서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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