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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장여관. 이름은 그럴싸한데, 별로 추천할만한 집은 아니다. 근처 다른 여관방들이 어떤지 모르지만 전국일주에서 다져진 여관에 대한 감각을 되살려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도 온돌이 좋긴 좋다.


김밥나라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초지대교로 향했다. 원래는 섬의 서쪽 끝까지 해안가를 따라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동행한 김 선배도 오후 일찍 집에 가야 한다고 하니 섬의 동쪽 해안만을 타고 초지진을 구경한 후 초지대교를 넘어 서울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건너편 김포와 그다지 멀지 않다보니 큰 바다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갯벌이나 고기잡이배 등은 반갑다. 바다를 상징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갯벌, 갈매기, 고깃배, 파도, 비릿한 바다내음, 등대, 백사장 등등. 초지진으로 내려가는 길 일부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 비록 막막한 수평선은 보지 못했지만 이런 것들이 마음을 위로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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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한편에 마련되어 있어서 달리기 편하다. 초지대교까지 조금 힘든 언덕길이 한번 정도... 강화도의 독특한 점은 바로 섬 자체가 하나의 요새라는 것이다.


서울로 통하는 수로는 반드시 이곳 강화를 거쳐야 했다. 때문에 강화는 예부터 독특한 군사기지들이 발전했고, 또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곳이며, 수많은 피가 뿌려진 전쟁의 기억을 가진 곳이다. 그것이 바로 ‘돈대’와 ‘진’, ‘보’로 대표되는 군사기지의 흔적이다. 강화도의 돈대-진-보 등은 해양에서 접근하는 적들을 맞아 싸우기 위해 세워진 군사기지들이다. 물론 강화도에는 점등사라든지 마니산, 첨성대 등도 있지만 지정학적 위치로서 강화도가 가지는 역사는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대몽골 항쟁의 본거지였고, 근대에는 신미양요, 병인양요 등의 서구 열강의 외침을 겪었던 장소다.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이웃 사이에도 학살과 보복이 처절하게 되풀이 되어 지금도 전쟁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금기처럼 된 곳이다.


우리는 일정 때문에 대부분의 돈대나 진, 보를 그냥 지나쳤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지나치는 곳이 많다. 자전거는 차보다 느리기 때문에 도로에서 시간을 많이 뺏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리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고통스럽게 달리기보다 그것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차로 지나가면 못보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시선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여행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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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지진을 나온 시간은 11시 50분. 초지대교를 건너온 이후 김포 IC까지는 356번 지방국도를 타고 간다. 지방도로이지만, 자전거 도로와 갓길이 잘 되어 있어 안전한 편이다. 김포IC에서는 다시 48번 국도를 타고 갔다. 한강 제방둑길을 타고 가볼까 했지만, 아는 길로 빨리 가자는 김선배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48번 국도를 타고 행주대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오후 2시가 좀 넘어 행주대교에 도착했다. 갈 때보다 상당히 빨리 왔다.


늦은 점심을 어제의 국수집에서 해결하려 했으나 다시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아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찾아가니 국수집은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식당을 찾아가는데, 4000원짜리 콩나물국밥에 맛깔난 반찬까지 꽤 괜찮았다. 어제의 국수에 이어 오늘의 콩나물국밥까지 행주산성 근처 식당은 주머니가 크지 않은 사람들에게 참 괜찮은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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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먹고 4월달 파주 원정을 다짐하고 헤어졌다. 김선배는 들어가는 대로 큰애의 조립장난감을 같이 만들어 주어야 하며, 작은애의 네발 자전거의 뒷바퀴를 떼어주기로 했단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주말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진다. 나는... 딱히 할 일은 없다. 홀가분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부럽기도 하다.


왕복 120여km, 총 주행시간 약 12~13시간의 강화도 여행은 이렇게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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