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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와 지방도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데는 일반국도가 확실히 좋다. 하지만 길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적다. 그러나 지방도는 좀 돌아가는 길이고 갓길도 작지만, 보고 느낄 수 있는게 많다. 오늘도 잠깐 지방도를 타다가 늦은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 하나와 만날 수 있었다.

부여를 나와 공주로 가는 길은 예상대로 언덕들이 무수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다지 힘든 언덕은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니 덜컥 겁이 났다. 일찍 출발한다고 아침도 빵과 우유로 대신했다. 배고픔은 없지만, 몸이 어떨지 걱정됐다.


공산성




부여도 그랬지만, 공주는 더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도시도 부여보다 깔끔하고, 도시 중앙에 있는 공산성은 높지도 않으면서 고풍스런 멋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함께 공주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런 공주를 그냥 자전거로 지나쳐야 하니 좀 아쉽다.

공주를 지나 한참 가다 보니 오르막이 시작됐다. 차령터널로 가는 길이다. 터널 앞에서 옆 구길을 타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전에 이미 오르막길이 시작된 거라 그런지 차령고개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차령고개 정상에는 휴게소로 지어진 건물이 버려져 있었다. 황량한 가을 바람과 낙엽들, 그리고 버려진 건물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차령고개를 오르면서도, 그리고 내려가면서도 차 한대를 만나지 않았다. 터널이 생긴 이후 아무도 이 길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길도 버려진다. 길을 통해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고, 길을 통해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데, 막상 버려진 길에는 무엇이 남을까. 가끔 나처럼 찾는 이가 있겠지만, 버려진 건물과 황량한 길의 풍경은 가을의 쓸쓸함을 더욱 깊게 한다.


차령고개 정상에서




차령고개를 넘고 한산한 길을 가다가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만났다. 외진 길의 왼편으로 산의 언덕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람이 세게 불자 나무에 남은 나뭇잎과 땅에 떨어져 있던 낙엽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생명을 다하고 썩어 다시 나무에게로 돌아갈 나뭇잎들의 마지막 향연이었을까. 하늘을 떠다니는 나뭇잎들은 새떼들의 군무처럼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다녔다. 카메라로 찍으려 했지만, 그 찰나는 오래되지 않고 낙엽비가 되어 도로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실상 카메라로 찍어보았자 나뭇잎들이 추는 춤이 제대로 표현될 리는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었다.

천안에 들어간 시간은 2시 경. 80km를 달려왔지만, 어쩐지 더 힘이 났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택까지 20km가 좀 넘는다. 내처 달릴까 고민했다.


'평택까지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평야지대이니 어려운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오늘 달린 거리도 평소보다 많다. 무리해서는 안된다.'

'토요일까지 서울 들어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오만가지 계산이 재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평택까지 가기로 했다. 평택은 경기도, 서울이 코앞이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기운이 더욱 난다. 예상대로 평야지대다 보니 힘든 언덕도 없다. 그러나 서울로 가까워질수록 차량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 서울에서 양평으로 갈 때처럼 많은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옆을 스쳐지나갔다. 갓길의 바깥쪽으로 바짝 붙어서 가지만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긴장을 하니 무릎은 신경이 가지 않고 손목이 아프다. 핸들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에 들어간 시간은 예상대로 4시. 평택시청에 들어가 평택의 관광지도를 얻었다. 송탄까지 멀지 않아보였다. 오늘 묵을 곳을 찾다가 송탄으로 잡았다. 관광지도는 송탄역이 가깝게 나타나 있었는데 이런, 송탄역에 도착하니 거의 6시가 됐다. 관광지도도 믿을 게 못 되지만, 길을 잘못 알려준 주유소 아저씨 때문에 너무 힘들게 찾아갔다.

부여에서 송탄까지, 생각해보면 자전거 여행 중 가장 먼 거리를 달린 듯하다(약 130km 이상). 아쉬운 점은 충청북도를 밟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도 이제 경기도다. 조금만 힘을 내자. 이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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