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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때의 일이다. 간만에 동료 직원들과 함께 식당에 들렸다.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식당이다. 주로 고기를 파는 집이지만 점심 때는 근처 셀러리맨들을 대상으로 점심 영업도 하는 집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대형 빌딩들이 밀집되어 있고, 사무직원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서 점심 때면 쏟아져나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식당들도 점심 반짝하는 시간 무척이나 번잡하고 소란스럽다. 그나마 우리 회사가 점심 시간이 30분 늦는 터라 식당의 막바지 손님들이긴 하지만 인기있는 식당들은 꼭 줄을 서야 한다.

우리가 간 식당은 워낙에 큰 식당이라 그런지 줄을 설 일은 없다. 게닥 한바탕 손님들이 쓸고 지나가서인지 상당히 어수선하고 먼저 다녀간 손님들의 음식냄새가 진동을 한다. 우리도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려는 찰나 건너편 식탁에서 나즈막하지만 압력이 느껴지는 말이 들렸다.

"일 처음 해봐요?"
"……"
"이런 일 처음해 보냐구요!"

크지는 않았지만 찍어 누르는 듯한 말이다. 손님들을 의식하여 크게 내지는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 식탁에서는 아주 분명하고 또박또박 그 압박이 느껴지는 울림이 있었다. 씹던 밥알들이 고스란히 목구멍을 건드리는 걸 느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그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노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5000~6000원짜리 밥을 먹으면서도 10년째 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값싼 중국산 식재료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밤늦게까지 식당일을 하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도 한몫하고 있다.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나 권한은 법의 한계 바깥에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노동을 하며 겪는 모욕과 수치심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최저임금은 고작 시급 110원 인상됐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더 착취해 그보다 잘 사는 사람들의 안락을 유지하겠다는 몰염치가 내재되어 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정책은 그 반대로 가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가난은 수치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 세상을 정상으로 봐야 할까.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고 모욕을 견뎌야 하는 노동은 언제까지 용인되어야 하나.

다시는 그 식당에 가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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