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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위험한 경제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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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위험한 경제학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0.01.16 16:36


정말 지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일까?


어제(12일) PD수첩의 제목은 ‘2010년 부동산 경제, 아파트의 그늘’이었다. 확실히 부동산, 특히 아파트 경기는 죽어가고 있다. 단순히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연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부동산은 이미 거품이 잔뜩 끼어 있었던 터라 결코 다시 뛰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미분양이 속출하고 분양가 이하에 나온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 내집 마련 절호의 찬스라고 부추기는 언론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정말 지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일까?’ 여기에 대해 이 책 <위험한 경제학>은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선대인 씨가 쓴 '위험한 경제학'은 집을 사기 전에 사실 관계부터 바로 보자고 한다.


언론에 나온 보도와 다른 실제 부동산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최근의 아파트 가격의 흐름을 보여주고,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실거래가’라는 것은 실상 ‘호가’에 불과하며 거래량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실제 최고점이었던 2006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거래량이 극히 떨어져 있는 상태-부동산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부동산 시장, 큰 그림을 보라’고 충고한다.


대부분 부동산이라는 아이템에 눈이 멀어 한국의 거시 경제의 흐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 한국은 인구 감소 시대, 저성장 시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이 2010년대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금 잔뜩 껴 있는 거품이 꺼져야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 시장이 확보될 수 있다. 아직 거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정책에 기대어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현재 투기성 주택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강남 재건축 집값 역시 재급락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PD수첩에서도 제시되었지만 강남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많은 이들이 엄청난 은행빚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은행빚에 따른 이자지급액만큼 아파트 값이 올라주지 않는다면, 결국 꾸준히 자산 가치를 까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 하나를 보면 집에 대한 허망한 꿈을 접을 수 있지 않을까?


“A라는 사람이 자기 돈 3억 원과 은행에서 빌린 돈 2억 원으로 5억 원짜리 집을 샀다. 물가 상승률이 4%, 은행 대출 이율이 6%라고 할 때 A가 3년 후 각종 기회비용을 만회하고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집값은 얼마나 될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A의 자기 돈 3억 원이 같은 가치를 유지하려면 3억 3750만 원이 돼야 한다. 또한 대출액 2억 원의 연간 이자는 1200만원이므로 3년간 이자는 3600만 원이다. 이 두 가지만 해도 7350만원이다. 이 밖에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 이사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각종 기회비용은 1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현재 5억 원짜리 집이 3년 후 6억 원으로 올라야 겨우 본전이라는 뜻이다. 현재 집값 수준에 비해 20%가량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 주택 시장의 사정상 20%가량 오를 수 있을까?”


연일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미분양 사태’. 이 사태는 얼마나 갈까? 저자는 ‘미분양 물양 해소에 최소 4~5년 걸린다’고 한다. 1995년 공식적으로 15만여 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한 4~5년이 걸렸으며, 지금 16만호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경기 흐름이나 사회 흐름을 봤을 때 더 걸리면 더 걸렸지 결코 짧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요새 ‘집 장만하려면 대출은 기본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빚 없이 사는 게 행복’이라는 말처럼 대출과 빚이 일반 서민들에게도 일상적인 말처럼 다가오고 있다. 온갖 매체에서 수시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이니 빚이 없이 사는 게 행복이라는 말도 결코 우습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저자가 밝힌 또 하나의 진실은 언론과 건설업자의 유착관계다. 지금 당장 TV를 켜보자. 아마 지상파 방송의 광고 중 아파트 광고가 얼마나 되는가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비싼 광고인 TV광고가 이정도인데, 광고에 수익을 의지하는 신문들의 이해관계는 얼마나 될지는 어린애들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언론을 통해 ‘아파트 가격부터 조작되고 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역시 아파트 부녀회를 거쳐 만들어진 가격일 뿐이라는 것이다. 언론은 이를 알면서도 팩트라며 아파트 가격을 올리고 있다. 왜냐하면 아파트가 죽으면 광고가 죽는 것이고, 광고가 죽으면 언론 특히 거대 신문사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 인사에서 드러나듯이 해당 언론사 임원들의 부동산 투기 이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부동산에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사실보도는 버려진지 오래고, 기자 정신은 찾아볼 수 없으며, 사주의 딸랑이들로 전락한 조중동 기자들이 아파트 투기를 부추기는 신문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줄기차게 “집을 사라”고 주문하는 신문들의 기사를 아직도 신뢰하고 있다면 당신은 바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일본(혹은 미국)과 다르다.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우리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리적 기저에 대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심리 역시 경제 흐름에 의해 흔들리는 면이 크다. 또 심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생성되었는지 잘 살펴보면 그 역시 언론에 의해 생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만큼 언론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심리’를 말하는 것 역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말을 퍼뜨리려는 거대 신문사들의 주장에서 비롯되었으며 합당한 논리를 찾아볼 수 없는 꾸며낸 거짓일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불행은 이명박 정부로 귀결된다. 이러한 사태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방관, 아니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지금의 정부를 보고 있으면 절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내집에서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부동산 재테크'로 바꾸었던 우리의 탐욕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닐까? 집을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의 욕심이 부른 화가 아닐까?



** 본문에서 볼드(굵은 글씨)로 처리된 부분은 책의 제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위험한 경제학 - 8점
선대인 지음/더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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