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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 6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민음사


난감한 일이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도 보고, 침대 머리맡에서도 보았다. 작정하고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탐독도 해 보았다. 그의 이전 작품 "데미안"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달랐다. 재미도 감동도 없이 철학적 사유와 몽환적 상상력, 이해되지 않은 이야기의 연결 구조, 도저히 현실적 인물이라고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내 사유의 빈곤함인지, 아직 무르익지 않음인지 모를 일이다.

 

주인공 하리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사상을 고수하며 전쟁으로 치닫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소시민적인 삶과 명확히 구분되며 홀로 좁은 방에서 고전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사상가이다. 세상에 대한 희망도 기대도 없고 삶의 즐거움도 행복도 모른다. 마침내 거칠고 황막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가슴 속에서 야수를 불러내고 말았다. 그 이리는 그의 영혼의 살점들을 뜯어먹으며 끝내 그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고 한다. 그러던 그가 헤르미네를 만나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혐오하던 대중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속물적이라고 보았던 가면 무도회에 참석해 어린 소녀부터 중년의 부인까지 희롱하며 춤을 춘다. 자신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던 그가 마지막에 찾아간 이상한 장소에서 몽환적 상상을 경험하고 수많은 자신의 개성들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에 대해 깨닫는다. 


50대의 헤르만 헤세는 삶에서 회한과 절망을 경험했던 것일까. 세상과 불화하거나 또는 세상에 너무 예민하거나 했을지도 모르겠다. 자고로 시인이라면, 소설가라면 보다 예민하고 불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이유와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상황에 담긴 은유의 의미를 찾기 바빴고, 맥락없이 빠져드는 독서를 다시 주워담기에 정신없었다. 너무 어렵게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바삐 행간을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가슴 속에서 한마리 야수가 정신없이 심장을 뜯어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됐다. 영혼 없는 책읽기... 내 영혼에게 참 미안한 책 읽기였음을 고백해야겠다. 



▲ 딸과 함께 간 실내 놀이터에서도 열심히 탐독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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