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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앓았다. 그러니까 그저께 저녁 민박집에 들어가 약국에서 지어온 콧물약과 기침약을 먹었다. 약에 워낙 민감한 지라 한번 먹으면 낫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눈은 7시에 떠졌는데, 정신이 몽롱했다. 약기운인지 아니면 몸살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머물렀다. 강구라는 소읍을 둘러보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쉬는 동안 과연 이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일 끝까지 가기 어렵다면 어디서 마칠 것인지,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자전거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내내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주를 목표로 잡았지만, 몸상태와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출발전부터 생각해 둔 것이었다.


머릿속은 그렇게 복잡하고 몸은 땀을 흠뻑 쏟아내고 있었다. 반바지만 입고 있어도 이불이 흠뻑 젖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렸다. 몸살보다는 약기운인 것 같았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민박집에 틀어박혀 TV리모콘만 까딱까딱하며 이불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가끔 식사하러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더 머물고 오늘 아침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어찌됐든 부산까지 가서 자전거를 소화물로 보내고 기차로 올라가던, 아니면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던 양당간의 결정은 거기가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초 가기로 했던 동쪽의 끝 호미곶은 가지 않기로 하고 곧장 포항으로 향했다. 7번국도를 다시 탄다는 마음이 처음에는 조금 께름칙했는데, 갓길도 아주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통행도 그리 많지 않아 달릴만 했다. 게다가 언덕도 없어 포항까지 내차 달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의외로 행보가 가벼워지는 걸 느낀 나는 경주까지도 이런 식으로 간다면 오전 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는 다행히 이루어져 1시가 되기 전에 경주역까지 올 수 있었다. 그만큼 7번국도는 달리기 좋게 잘 되어 있었고, 나 역시 몸상태가 예전상태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회복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주역에 도착하니 역 광장에는 수학여행을 왔는지 한무리의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경주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참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자전거로 찾아온 나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경주역에서 관광안내지도를 받고, 다시 35번 국도를 타기 위해 경주국립박물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달리니 경주박물관이 나온다. 경주에 와서 관광을 한 곳은 박물관이 전부다. 아쉽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경주의 사람들과 집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경주박물관을 나와 35번국도를 탔다. 처음에 좀 좁은 길을 지나고 나서 본격적인 도로로 나서면 35번국도는 7번국도보다 더 편하다. 바로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량들은 고속도로를 탄다. 그러다보니 35번국도는 차량통행이 한산하다. 다시 신나게 달린다. 손목이 좀 시큰거리지만 자꾸 동작과 자세를 바꿔줄 수 있으니 훨씬 편하다. 긴장할 때는 자세바꾸는게 어려운데, 차량이 별로 없으니 어떤 자세든 마음대로다.




언양에 도착해 어제와 오늘의 여정을 정리한다. 언양은 경주와 양산 사이에 있고, 부산에서 약 55km떨어져 있는 곳이다. 내일 오후면 부산이다. 지도를 보니 오늘 달린 거리가 지금까지 달린 하루주행거리로는 가장 길다. 새롭게 자신감이 붙는다. 제주도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북상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지금의 기침만 좀 멎는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주행 거리 : 약 107km

주행 시간 : 10시간

주행 구간 : 강구항 > 장사해수욕장 > 포항시 흥해읍 > 경주역 > 국립경주박물관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 등억온천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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