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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는 많은 의견들이 생성, 확장, 소멸의 과정을 거쳐 정제되기 마련이지만, 자칫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거나 잘못 확장될 경우 집단에 매우 안좋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특히 집단을 묶고 있는 것이 이성이냐 감성이냐는 그 결과에서 천지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집단 지성과 집단 감성은 다른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작된 집단 지성의 발현은 100만 촛불집회로 모여들었고, 이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몰입교육 등 전반적인 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다음 아고라는 참신하고 기발한 집회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집단 지성의 메카로 불리어 왔다.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내세우며 ‘닭장차 투어’ ‘물대포샤워’ ‘명박산성’ 등을 만들어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물론 이런 충격은 촛불집회의 의미를 더욱 고양시켜냈다.


다음아고라는 언론운동으로 진화했다. 확연하게 보도태도의 변화를 보여준 조중동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아고라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조중동 절독운동이 전개됐다. 이 와중에 한겨레나 경향에 대한 언론소비자들의 집단 광고 운동은 아마도 최고의 언론소비자 운동이 아닐까 싶다. 올바른 사회여론을 생산해 내는 언론에 자신들의 의견을 광고로 게재하려는 사람들의 운동은 포지티브 언론운동의 한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조중동에 대한 네가티브 운동에서도 새로운 국면의 전환이 전개됐다. 조중동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중지 압박 운동이 그것이다. 올바른 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에 전화나 이메일, 게시판 글쓰기를 통해 항의하는 활동을 통해 광고 중지 압력을 넣는 것은 집단지성이 발견한 획기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이며,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운동은 좀더 확장되고 있다. 바로 올바른 기업에 대한 지원과 잘못된 기업에 대한 반대 운동이다. 소비자 권리찾기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운동은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아고라 등에 수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쇠고기 문제가 궁극적으로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인만큼 기업에 대한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 과정에서 삼양과 농심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와 논리는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 감성을 키웠다. ‘너트가 들어간 라면이라도 괜찮다’는 논리는 광우병 가능성을 우려하며 일어난 소비자 운동의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지성은 없고 감성만 남았다. 농심을 죽이기 위해 삼양을 띄우다 보니 일어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삼양이 좋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지나친 신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규영의 글은 그런 면에서 꽤 적절하고 강렬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자극적인 면도 있고, 또 그 이면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지금의 아고라는 집단 지성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면이 많다. 오히려 집단 감성에 휘둘려 하나의 편향에만 열광하고 있다. 정당한 의견개진에 대해서 자신들의 생각과 좀 다르다고 ‘알바’로 몰아세우는 것은 지성이 아니다.


나는 다음 아고라가 집단 감성에서 벗어나 냉철한 집단 지성의 기능을 다시 되찾기 바란다. 그래야 주성영 같은 꼴통에게 ‘집단 마오이즘’ 같은 별 같지도 않은 말을 들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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