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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을 찾았다. 자동차로 찾아갔더니 대략 50여km가 넘는다. 숲을 사랑한다면서 나홀로 자동차족이 되어 적지 않은 양의 오염물질을 길에 쏟아낸 것이다. 숲을 가면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숲에 가서 깨닫는다.






 

광릉숲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숲이다. 그래서 서울의 허파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울창한 산림이 뿜어내는 산소의 양이 엄청나다. 동서로 4km 남북으로 8km에 이르며, 경기 남양주, 포천, 의저부시 등 3개 시에 걸쳐 있다. 1468년 세종 때 '능림'으로 지정된 후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비가 한참 왔다. 비가 왔는데도 가게 된 것은 이곳이 인터넷 예약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취소할 수도 있고 토요일까지 개방하니 남는 시간에 갈 수도 있었다. 굳이 취소하지 않은 이유는 비오는 수요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오는 수요일의 수목원이다. 뭔가 있어 보이지 않나? 혼자 개폼 잡기 좋은 날이다.






 

개폼은 개폼이다. 한손에 우산 들고, 한손에 카메라 들고, 카메라 가방은 엇메고 다녔다. 비가 세차게 칠 때는 카메라에 물들어갈까봐 잠바떼기로 가려줘야 했다. 내가 비 맞는건 상관없지만 카메라가 비를 맞아서는 안된다. 그러니 그 개폼이 얼마나 우습겠나. 그것도 나이도 어리지 않은 아저씨가 혼자 그러고 있으니...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장마를 맞이한 광릉숲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도 애초부터 계획했던 거니 몰골이야 어떻든, 남의 시선이야 어떻든 그저 내 길 열심히 가면 그뿐이다. 다행히 비가 오고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도 매우 적다.


광릉수목원, 정확히 얘기하면 국립수목원은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다. 보통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고 있는데, 하루 5천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5천명 이하면 당일 전화예약도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료는 1000원(성인), 주차료는 3000(승용차, 경차 할인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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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분노하는 부분이지만, 몇년전부터 식목일은 이제 공휴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제 나무를 심는 일보다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물론 이제 '산에 사는 메아리' 아저씨는 돌아왔다. '벌거벗은 붉은산'은 없다. 하지만 도심의 숲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특별/광역시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평균  6㎡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도시에 살고 있다면, 당신에게  6㎡의 숲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 다른 나라 도시들의 녹지수준은 어떨까. 런전 27㎡, 뉴욕 23㎡ 파리 13㎡다.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이 9㎡이니 우리는 거기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도심 숲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산림과학원은 우리나라 산림 1ha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6.82t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가구 4가구가 연간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또 승용차 1년간 몰았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기도 하다. 숲이 부족한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것은 도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환경친화적 실천인 것이다. 그러자면 아파트를 짓는 것만큼의 숲을 조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비는 징하게 왔다. 기어이 렌즈에도 물이 묻었다. 내 카메라(Canon 400D)는 주인 잘못 만나서 개고생한다. 재작년 지리산에서도 그렇고, 얼마전 설악산에서도 그랬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전천후 기후에 적응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여직까지 별 탈 없이 잘 버텨주니 고맙다.







 

사람들은 지금 아프다. 단순히 얘기하면 기침감기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몸이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숲을 찾는다. 광릉숲은 일종의 자가치유 병동인 셈이다. 아픈 자들이여 숲으로 가자.






 

이미 숲 선진국에서는 숲을 치유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독일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 숲을 의료 목적으로 이용하면 예방의학의 치료행위로 간주해 건강보험에서 보험처리를 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4년부터 숲의 건강생리학적 효과를 본격 연구중이며 나가노현과 기후현은 산림건강증진센터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까지 54억5천만원을 들여 치유의 숲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은 자연휴양림을 비롯한 여러 숲에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언젠가 휴양림 통나무 집에서 3박4일을 쉬는데 의료보험을 헤택을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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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산림욕의 의학적 효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다.


피톤치드는 한마디로 항생물질이다. 즉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화학물질인 것이다.


피톤치드는 특정한 균을 선택적으로 죽이고 인간의 신체에는 부드럽게 흡수된다.


또 피톤치드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 준다. 실제로 소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지표호르몬인 혈중 코르티솔 농도를 70%까지 저하시키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장맛비를 맞아 흠뻑 적은 숲에서 피톤치드 향기와 함께 물큰한 비 냄새와 낙엽냄새가 섞여 있었다. 새들도 비를 피해 나무둥지로 들어갔는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다.


그래도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 밑에 서면 기분이 좋다. 나무그늘이 살가운 보살핌의 손길을 뻗어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듯하다. 그것이 피톤치드이든, 또는 다른 그 무엇이든 나무는 인간을 사랑하고 있으며, 반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광릉수목원은 유감스럽게도 많은 곳이 비개방지역이다. 온실도 오늘만큼은 열지 않아 아쉬웠다. 그나마 비를 피하고 마음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 기대하던 터라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다행히 수생식물원의 그림 같은 풍경이 관람객을 맞아주고 있었다. 게다가 비도 얼추 가늘어져 우산을 들 필요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봉오리를 틔고 있는 연꽃들과 연못에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나무가 비에 흠뻑젖어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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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창 내릴 때 왔는데, 막상 떠나려하니 비가 그쳤다. 그루터기에 앉아서 혼자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지 못한 점, 뜨거운 햇볕을 가리는 나무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 한점을 즐겨보지 못한 점, 맑고 청명한 새들의 노래를 듣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하지만 온 숲을 두들기며 내리는 빗줄기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바닥까지 훑고 힘차게 흘러가는 숲속 계곡물도 보았다. 여기저기 맺혀 있는 빗방울들의 영롱한 빛들도 아름다웠다. 하늘과 땅이 이렇게 숲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한명이 일생동안 쓰는 목재는 55㎥에 이른다. 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나무는 500그루나 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나무 한그루도 심어본 일이 없다. 그러면서 내딴에 아이디는 '구상나무'란다.


나무는 환경이다. 나무를 심는 일은 곧 자연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다. 내가 진 500그루의 나무의 빚은 살면서 열심히 갚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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