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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

천장에 물이 새다

구상나무 2008. 6. 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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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고 나니 어떤 표현이 맞나 궁금하다.
'물이 새다'가 맞는지 '물이 세다'가 맞는지...
맞춤법이라는 게 이렇게 작대기 하나 점 하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거라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튼 여기서는 '천장에 물이 새다'라고 썼다.
문맥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여지도 있으니 말이다.

동생이 작은 방에서 소리를 질렀다.
들어가 보니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물이 바닥에서 올라올 리는 없고,
아마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바닥에 번진 것일 텐데,
짐작할만한 곳을 찾아봐도 쉽게 보이지 않았다.
의자를 놓고 책상에 올라가니 그제서야 구석진 곳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게 보인다.
일부는 벽을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급하게 물을 받을 그릇을 받쳐놓았다.
물이 어떻게 새고 있는지 알수 없다.
윗집에서 어떤 공사를 벌였는지도 모른다.
우선은 작은 방의 세간들을 치웠다.
그리고 윗집에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저녁무렵, 윗집 주인이 찾아왔다.
상황의 심각성 때문인지, 심각하게 지켜보다가 곧 수리를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새어나온 물 때문에 더럽혀진 벽지는 어쩌나.

이웃사이에 이런 문제들은 잘못되면 심각하게 얼굴 붉어질 일로 번질 수도 있다.
윗집과 아랫집 사이에는 층간소음문제도 심각하다.
시도 때도 없이 쿵쿵 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쫓아 올라가 따지는 것도 괜한 시비거리만 남기게 된다.
사실 우리집안 식구들의 발걸음도 킹콩 못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일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처럼 바로 옆에 혹은 아래에 혹은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때로는 나로 인해 빚어지는 어쩔 수 없는 부딪힘,
이런 것들이 이웃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장벽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 아파트나 도심 빌라의 삶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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