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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내려가면 으례 방문해야 하는 곳은 큰집, 작은집, 큰고모집, 외갓집이 있다. 앞에 세 곳은 구례에 모두 있으니 하루만에 다 방문할 수 있지만 외갓집만은 순천시 주암면에 자리잡고 있다. 구례에서 멀다면 멀고, 서울에 비하면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거리다. 6일 큰고모집에서 자고 7일 외갓집을 향해 나섰다. 


사실 아침 일찍 나섰지만, 기왕이면 화엄사와 송광사에 들려 구경이나 가자고 말씀드렸다. 아버지 생신도 끼어 있고 해서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제안해 본 것이다. 아버지는 바쁜 시기에 놀러다니는 게 못할 짓이라며 펄쩍 뒤셨다. 하지만 어차피 외갓집에 가도 외숙부나 외숙모 모두 들일 나가셨을 테니 좀 늦게 들어가는 게 좋다고 설득을 했다. 혀를 차시면서도 이내 그렇게 하자고 하신다.


화엄사는 구례군에 속해 있으며 지리산 중턱에 있다. 지리산에 열번 이상 드나들었으면서도 화엄사에 들린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는 감회가 새로우셨을까, 예전에 보았던 낡은 돌계단에 눈길을 오랫동안 던지셨다.


"나 어렸을 때랑 똑같이 그대로 있네. 참 세월 많이 흘렀는데 말이야."


화엄사는 유난히도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건물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는 사찰보다 더 유서깊고 기품이 넘친다. 게다가 2층식으로 지어진 대웅전 건물의 옆 기둥은 위태롭다 싶을 정도로 휘어져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화엄사 구경을 마치고 송광사로 차를 몰았다. 섬진강 옆 한적한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다.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 섬진강과 오래된 숲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사이로 난 길은 여름에도 짙게 드리워진 그늘로 인해 공기도 상쾌하다.


한시간여를 달려 송광사에 도착했다. 송광사는 일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보내주는 여행 이벤트를 통해 한번 다녀온 이후로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다.


이곳은 외갓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어머니에게 각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할머니의 생신이었을 때 외갓집 식구와 어머니 아버지 모두 함께 송광사 나들이를 오셨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이 훨씬 넘은 일이지만 어머니에게 그 기억은 참으로 소중한 기억이다. 1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외갓집과 연관된 것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쉬시는 어머니에게 그래서 송광사는 더 아련하게 다가오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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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구례의 화엄사와 순천의 송광사는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있어 오래된 추억의 한편을 가진 곳이다.


돌아보면 이날 참으로 뜻깊은 가족여행이었다. 난 두분의 기억을 되물림 받을 수 있었고, 두분은 새로운 기억의 조각을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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