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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전 다녀온 양수리, 길을 잃은 사람이 찾을 곳인가.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거짓된 약속에 기대어 두물머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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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에 최과장님을 만났다. 그는 전에 일하던 여행사에서 알게된 이다. 나보다 한살 많던가. 작은 몸에서 나오는 풍부한 인심과 넉넉함이 인상적인 분이다. 그분이 제안했다.


"양수리나 갈까요? 출사 겸 같이 가시죠. 제 카메라가 너무 오랫동안 잠자고 있네요."


잠자는 카메라를 깨우기 위한 출사 여행. 실상 우리 스스로를 깨우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가는길에 망향 비빔국수집에 들렸다. 이 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한 집인가보다. 번호표를 뽑았는데 앞으로 50여명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50여명에 놀랄게 아니다. 우리가 먹고 나왔을 때 번호표를 뽑았던 사람들은 100명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보통을 시켰는데도 양이 푸짐하다. 매운 음식을 잘 먹으면서도 진땀 깨나 흘렸다. 달달하면서도 독특한 매운맛이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사람들의 기다림에는 끝이 없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최과장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출사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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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지명 이름도 알 수 없다. 강 옆으로 호수가 생성되어 있는 곳이다. 별장 같은 단독주택들이 즐비하다. 기찻길이 있고, 건널목도 있다. 호수에는 산책하는 이들을 위한 것인지, 이것저것 독특한 소품들이 있다. 최과장님 말로는 예전에는 아주 잘 꾸며져 있었는데, 지금은 폐허가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두물머리 쪽으로 손님들을 다 뺏기고 이곳은 찾는 이가 없어서 버려진 것일까. 아니면 주위 동네 분들이 낯선 이방인 관광객들을 꺼려서 일부러 버려두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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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두렁과 강둑길을 걸었다. 어차피 길이 제대로 있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된 길의 흔적이다. 내 뒤로 많은 길을 지나왔다. 그 길이 내 앞에 다시 새롭게 길을 만들고 있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 앉을 수 없다. 걸어온 길이 밀어주는 그 힘으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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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어쩌면 고장난 물레방아에 물길을 내기 위해 애쓰며 사는 것. 따뜻한 강물을 바라보며, 지는 해를 아쉬워할 수 있는 것, 그것이다. 저 물레방아도 허허로운 벌판에 물을 대며, 꿈틀대는 생명들이 지면을 뚫고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돌아가지 않는다고 물레방아가 아닐까, 이제 영원의 나라로 돌아가 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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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돌보지 않아도 흘러가는 것들이 있고, 돌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민들레는 스스로 세상을 향해 꽃씨를 띄운다. 난 지금 문이 닫혀 있다고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둠속에서 홀로 흐느끼며, 열리지 않는 문은 벽이라는 좌절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성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 등 뒤에서 또 다른 문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난 벽을 더듬어 문고리를 잡으려 하지 않는가.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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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깡통처럼 요란하고 녹슬어버렸다. 다시 벌거벗고 길을 나서야 할 거다. 옛길이 언제 새길을 보여주었나, 뒤로 지나온 길에 연연하지 말자. 여기 두물머리, 내 앞에 서서 나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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