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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기석은 대학 때부터 풍물놀이를 좋아했습니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지역 풍물패에 가입해 꾸준히 활동해 왔죠.
그가 가입한 봉천놀이마당이지난 24일 20주년을 맞았고,
서울대 노천극장에서 떡벌어지는 잔치 마당을 가졌답니다. 






엄청 잘 생긴 총각 ㅎㅎ 이렇듯 놀이마당에는 젊은 사람부터 나이 지긋한 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우러져 마당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사진 속 젊은 분은 다른 놀이마당에서 축하공연차 와주신 분으로 기억되네요 ^^;;




공연의 즐거움은 이들의 웃음에서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오랫동안 악기와 함께 신명나게 살아와서 그런지,
웃음이 맑고 투명해 보이더군요.
악기들에 손떼가 깊게 베일수록
이들의 웃음은 더욱 맑게 닦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이 사람이 제 친구입니다.
양복입고 나가면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죠.



봉천놀이마당이 준비한 집체극을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집체극은 봉천놀이마당의 20년을 돌아보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처음 봉천동 쪽에 자리를 잡았을 때만 해도 '봉천놀이방'이었다고 합니다.
요즘에 하도 PC방, 노래방, DVD방이 많았는데,
여기 놀이방이 원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ㅎㅎ

그리고 고사상 앞에 떡하니 앉아서 부채를 펼쳐들고 있는 위인은
마당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잡색'이라고 하더군요.
잡색은 마당놀이의 분위기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광대와 같은 역할인데,
관객석과 마당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자칫 극과 극 사이 애매할 때 나서서 신명을 돋구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대부분 각설이 복장을 하는데, 이 각설이도 이날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참, 이 각설이도 제 친구입니다. 어쩌다 봉천놀이마당에 들어갔는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사람이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친구죠.
쉽게 하기 힘든 각설이 역할도 아주 능청맞게 참 잘합니다.
고사상 앞에 앉은 설정도 그자리에서 즉석에서 나온 돌발적인 행동이었는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고사상 앞에서 간단히 제를 지냅니다. 이 제는 처음 봉천놀이마당에 생겼을 때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조금씩 봄의 기운이 싹트는 형상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꽃다발을 들고 마당을 휘휘도는 춤사위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 분은 재능이 뛰어난지 여러 장면에서 옷을 자주 갈아 입고 나오시더군요^^




봉천놀이마당의 완연한 봄을 상징하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을 때 등장한
봄의 여신(?),이 아닐까 싶은 연기였습니다.
아무튼 조금씩 놀이마당이 활기를 띄어가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겠지요.









뜨거운 여름을 상징하는 남성무가 선보였습니다.
호방하고 거침없는 무용을 선보였던 분이죠.
목소리도 천둥처럼 우렁우렁 울렸는데,
마이크가 부실해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안타까운 사연이...










뭐 그렇게 잔치가 계속 이어지다가



양반들이 나옵니다. 태만과 게으름을 상징하는 듯,
극중에서는 먹고 노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양치기(웬 양치기?) 소년이 다가와 위험을 알리지만,
노는 걸 방해했다고 양치기 소년을 묶어버리죠.

이때,



이때 흑두... 머시기라는 실질적인 위험이 엄습합니다.
아마 봉천놀이마당이 나태와 안위에 빠졌을 때 나타난 위기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춤사위는 위압감과 함께
압도하는 무거움도 느껴졌습니다.


위험을 알렸던 양치기 소년입니다.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졌지요.
흑두... 머시기라는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한창 춤을 출때,
손을 풀더니 일어나 비틀대며 무대 중앙으로 나섭니다.
눈은 여전히 가려져 있고, 몸은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져 있는 상태죠.
그리고 무대 중앙에서 쓰러집니다.




가운데 있는 분이 양치기 소년역을 한 분이죠.
아~ 물론 고사가 끝나고 꽃다발을 들고 춤을 추던 그 분이기도 합니다 ㅎㅎ
양치기 소년이 무대 중앙에 쓰러져 있을 때,
그를 구한 건 양 옆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쓰러진 양치기소년을 일으켜 세우고,
그에게 새옷(지금 입고 있는 도포)을 입힙니다.
그렇게 전체 집체극은 끝나죠.

시련도 있었고, 큰 위기도 있었지만,
새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서 지금까지 잘 지내오고 있다,
그런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이제 마지막 공연입니다.









맨 앞에 있는 분이 봉천놀이마당의 큰 스승님이십니다.
제 친구들도 선생님이라고 저를 인사시키게 했지요.
이날도 열정적인 마무리 공연을 주도해 주셨습니다.



이분도 잡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집체극은 좀 아쉬운 감도 있지만,
직장인들이 틈틈이 만들어 꾸며왔다는 것을 감안하자면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신명나게 살아온 20년처럼
앞으로도 봉천놀이마당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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