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의사는 그것을 이슬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자궁문이 열리면서 소변에서 혈흔과 혈흔 덩어리가 나타난 것이다. 32주. 너무 이른 때이다. 아이도 아내도 나도 준비가 덜 되었다. 무엇보다 태아가 큰일이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태아의 신체 중 폐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다는데, 이른 출산은 아이가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만일 계속 자궁문이 더 열리고 출산이 임박해지면 신생아용 산소호흡기가 있는 대학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아내는 입원했다.

아내는 울었다. 지난 주 무리해서 움직였던 자기 자신을 탓했다. 그런 아내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내 손이 부끄럽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강하지만, 유독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유난히 약해서 지난번 충수염 수술 때도 아파서 울기 보다는 아기 때문에 걱정되어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그저 옆에서 손 잡아주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마음이 아팠다.

작은 약 한알 먹고 기다리는 일이 전부였다. 아내는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오는, 마치 생리통 같은 통증이 자궁문이 열리는 진통일 줄은 몰랐단다. 나 역시 이제 막 8개월을 넘은 시점에서 그것이 산통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미 열린 자궁문을 다시 닫는 건 불가능하단다. 관건은 자궁문이 더 열리는 것을 막는 데에 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에 입원한 후 약을 먹으면서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기다려 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검진 기계의 산통 그래프는 더 높은 그래프를 보이면서 불안한 신호를 보냈다. 담담히 대학병원에 가는 문제를 가늠하며 한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까지 나타났던 진통 현상이 오후 되면서 잠잠해졌다. 오후 3시에 있었던 검진에서 드디어 진통 그래프는 잠잠해졌다. 의사는 간신히 잡은 것 같다고 한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며 며칠 더 입원한 상태에서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서 살아갈 이름도 생각 못하고 있는데, 아기가 입을 기저귀와 옷들도 채 정리하지 못했는데... 아내를 병원에 두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산적한 일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내 바람처럼 입 속에서 주문을 외워 본다.

“우리 아기, 잘 자라 우리 아기, 엄마 뱃속에서 잘도 잔다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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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은 빠르면 18주부터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민감한 산모의 경우가 그러하고 보통은 20주부터 느낄 수 있다는데, 이미 아내는 18주부터 약간의 미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에는 손을 올려놓거나 가만히 뺨을 대보아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주부터 확연히 뜨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손을 가만히 대고 있는데 지긋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뜨기가 느껴졌다.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살짝 건드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그 느낌은 마치 신과의 대면처럼 놀라운 경험이다.

태동은 보통 28~32주까지 점점더 강해지고 반복횟수다 늘어난다. 이 태동을 통해서 태아의 건강함 유무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태동의 횟수 파악은 보통 식사 후에 하는 게 좋으며 아이가 활발한 시간(대게 저녁 시간)에 옆으로 누워 메모지를 준비해 놓고, 태동을 체크한다. 한 시간 동안 10회 이상 태동을 느낄 수 있다면 아이는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참고 : '다음 지식')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 어제까지는 선덕여왕 탓을 했는데, 오늘부터는 더 열심히 책을 읽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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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엄마가 병원에 다녀왔단다. 놀랄 필요는 없어. 엄마와 뜨기의 정기검진일이니까. 지난 번 충수염 수술 이후 첫 정기검진일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도 특별한 검사도 했단다. 지금까지 검사가 주로 뜨기가 잘 크는지 확인해 보는 거였다면, 이번의 검사는 혹시 뜨기의 몸에 다른 이상은 없나 알아보는 거지. 엄마 팔뚝에서 피를 좀 뺐다고 하는구나. 일단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보았을 때는 괜찮다고 하더구나. 키도 많이 컸어. 벌써 15cm라고 하더군.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쉽단다.

얼마전 고대병원에서 충수염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고 하더구나. 마취 방법이나 입원일수, 산부인과와의 협의 여부, 통증 정도 등등을 물어보았고, 엄마는 의사소견서를 보여주었단다. 몇마디 질문과 답이 오간 게 전부라고 하더군. 별다른 말은 없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너도 세상 나오기 위해 준비하느라 힘들고, 엄마도 많이 고생이다. 어찌됐든 튼튼하고 건강해야 한단다.

이번에 한 태아검사는 일주일 후에나 결과가 나온다는구나. 병원에서는 양수검사를 이야기했다는데... 만 35세 이상의 임산부는 양수검사를 하라고 그러는데, 이게 보험적용이 안되나 보다. 60만원 정도 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또 이런저런 검사한다면서 뜨기 너나 엄마가 한바탕 고생을 치룰 걸 생각하니 걱정이다.

여하튼 엄마도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몸무게가 조금씩 늘고 있어서 아빠는 기분이 좋다. 모두가 건강한게 가장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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