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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인은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처벌을 원하십니까?"


근로감독관은 그렇게 물어봤다. 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한때나마 같이 한솥밥을 먹고, 시답지 않은 농담도 주고받으며 웃기도 했던 사람이다. 왕따도 없었고 따돌림도 없었다. 업무적으로도 과중한 스트레스는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였으니, 사실상 회사생활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네...."


내가 누군가의 처벌을 원하느냐를 따지는 지금의 노동법이 야속하다. 이건 화장실벽에 낙서한 친구를 선생님께 고자질하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처벌을 원하냐'는 근로감독관의 얘기에 선뜻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허나 나의 이런 머뭇거림과는 상관없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근로감독관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형사고발이 되었는데, 요새는 법령이 바뀌어 지급하지 않아도 진정인에 의해 진정이 취하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퇴직금 미지급 건의 경우 형사처벌이 되어도 대개는 벌금형에 그치고 있으며, 벌금형은 고작해야 몇십만원 정도이다. 그 정도의 형사처벌을 꺼릴게 없다 생각하는 악랄한 고용주라면 아마 벌금을 내고 말 것이다. 물론 노동자는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낼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민사소송비는 무료라고 한다.


노동청에서는 일단 사업주에게 경고장을 보낸다고 한다. 쉽게 쉽게 처리됐으면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처럼 될까. 어쩌면 민사소송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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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길거리에 그대로 멉춰 서고 말았다. 아니다. 바로 그 정신, '그깟 사만원 때문에'라고 말하는 바로 그 정신 때문에 나는 세상에 속아넘어가는 것이다. 다른 자들의 밥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만원 때문에 이 새벽부터 부지런히 사기를 치고 또 누군가는 그 사만원 때문에 해도 뜨기 전에 가게에 나와 알바를 족치는데, 오직 나만이, 이 한심한 이민수만이 '그깟 사만원 때문에'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정신이 나로 하여금, 만원만 더 달라는 사기꾼에게 내 돈도 아닌 남의 돈을 이만원이나 선뜻 내준 것이다. 방값 이십구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천원짜리 컵라면에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이나 먹는 주제에 말이다.

- 김영하 <퀴즈쇼> 중에서  



살다보면 법이란 것과 마주칠 일이 많다. ‘법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얼마나 멋진 말인가. 덕이 많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말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착한 사람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리면 ‘그깟 사만원’이라고 말하겠지만, 스스로 착하게 살면서 손해만 보며 살 수는 없다. 고작 ‘이십구만원짜리 고시원에 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세상은 권리 위에서 낮잠자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오늘 결국 노동부에 민원신청을 넣었다. 내용은 퇴직금 미지급. 주위 사람들이 임금체불이나 퇴직금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이들의 얘기는 남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제 이 문제는 내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인간적으로 지금의 사장에게 유감은 없다. 오히려 재직기간 동안 모질게 굴지 않아 호감이 남아 있는 분이다. 게다가 지금 일하고 있는 선배와도 막역한 사이라서 이런 식으로 일이 꼬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결코 바라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거다. 자꾸 싫은 소리하며 사정하듯이 지급을 종용하거나, 귀찮게 전화해서 괴롭히는 거나, 혹은 그냥 개무시당하는 걸 묵묵히 참는거나 내가 할 짓이 아니다. 그냥 가장 편한 방법과 원리원칙대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법이 내편일까? 그건 알 수 없다.


진정이 접수되면 30일 안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과연 나는 퇴직금 미지급분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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