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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사고는 한순간이다. ‘어어’하는 두 음절이라도 나올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 순간만큼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안전하게 모면하는 게 최선이다. 밤 11시20분 경, 마포역을 지나 마포대교로 향하는 지점에서였다. 밤늦은 시간이라 차량 통행도 뜸하고 나 역시 너무 늦어져서 급하게 달리고 있던 참이었다.

마포역 근처는 신호가 많고 대기하는 택시도 많아서 차들이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이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정체구간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던 참이다. 이 구간에서 주의할 점은 갑자기 우회전하는 차량이나 택시에서 문 열고 내리는 손님들이다. 그런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던 차에 우회전 길로 갈라지는 길이 나왔고 나는 그곳을 직진으로 지나쳐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직진을 하던 차량이 갑자기 우회전했다. 우측깜빡이를 켜지도 않고 들이밀고 들어오니 이미 차량 옆으로 지나가고 있던 나와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길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상대방은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옆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러고 하는 말이

“아니 왜 자전거가 차도로 다녀요.”

황당한 우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는 차량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당연히 차도를 이용해 달리는 게 맞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누구의 과실이 더 크게 인정될까.

유감스럽지만 자전거에도 과실이 있다. 자전거도 ‘차’로 구별되기 때문에 빚어지는 억울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자전거를 일반 차량과 동일시해서 발생하는 ‘모순’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건너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차량과 부딪혔다면, 그 경우 자전거 운전자는 법적으로 보호받기가 어렵다. 차선위반(역주행)에 신호위반 등등 다양한 과실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는 자전거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단지 ‘차’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처럼 분명히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처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앙부서나 지방자치기구나 할 것없이 자전거 타기를 추천하고 진보보수할 것없이 모든 신문매체들이 자전거 타기를 예찬하고 있지만, 도로교통법에 자전거 관련 법률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단지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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