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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6시 반.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도심지 고층빌딩 지하에 있는 사우나. 그러나 그곳은 복잡하다. 수면실에서는 전날 자체 통금에 걸려 집에 못 들어간 불쌍한 영혼들이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노인네들과 어디선가 밤샘 작업을 끝내고 들어와 초췌한 젊은이들이 목욕탕 한 구석을 지지고 있었다.

난 전날 밤부터 시작된 두통에 시달렸다. 도대체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일까. 저녁을 잘못 먹었을까?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지막 편집 작업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까? 원인도 대책도 없이 찾아든 목욕탕에 들어서면서 온갖 잡생각을 다 한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그새 72kg을 넘어서는 몸무게. 활동량이 부족하고 내내 앉아 있었으니 살이 찔 수밖에. 9월달보다 무려 4kg이 불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체중계의 숫자를 보니 다시 열의가 불타오른다.

머리는 빠개질 것 같이 아프고, 뒷목은 뻐근한데,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들이 있어, 41℃의 온수에 몸을 담가도 시름과 걱정은 쉽게 녹아들지 않더라. 이놈의 두통만이라도 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아마 OK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두통은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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