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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광운대 국문과에서 찾는 공공적 연고주의 본문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광운대 국문과에서 찾는 공공적 연고주의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8.12.11 17:19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회적 관계망 가입 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단다. 그 다음으로 종교단체 24.7%, 종친회 22%, 향우회 16.8%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과 동문회를 하면 반도 오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초에 했던 행사에서 반의 반 정도가 참석했는데, 굉장히 많이 모였다고 한다. 그것이 우리 현실이다. 물론 동창회라고 하면 꼭 대학 동창회만 있는 게 아니다. 초,중,고등학교 등등 우리에게 거쳐온 동창회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학연 외에도 지연과 혈연 등을 엮어보면 참 복잡한 관계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빚어지는 비리와 이권개입, 부정 등은 그동안 숱하게 신문지면을 채워왔다. 우리 사회를 10년 후퇴시킨 위대한 영도자 MB도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학교/종교/지역의 관계망에서 사람을 뽑아 올리지 않았나. 꼴이 이러니, 학연/지연/혈연 이깟 연고주의 때려치워야 한다.

라고, 주장하기는 쉽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주장인가 되돌아보자. 문제는 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있지 관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사회적 관계망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북대의 강준만 교수는 ‘공공적 연고주의’를 이야기했다.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극복하고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연, 연고주의는 어떠해야 할까?

후배 K의 경우다. 그는 사진찍는 것을 좋아했다. 홀로 사진을 공부했고, 그리고 그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통과해 종합일간지의 사진기자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토록 고생해서 들어간 언론사에서 광운대 국문과라는 간판은 조롱의 대상이었나 보다. ‘어찌 광운대 국문과가 우리 언론사에 들어올 수 있나’라는 멸시와 조롱을 견뎌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술자리에서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고, 번번이 그를 업신여기던 선배와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내 후배가 이 정도다. 선배들은 그보다 더 심했다. 많은 선배들이 회사 입사면접에서 광운대에 국어국문학과 실제로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뻔히 졸업증명서를 보면서도 이런 질문을 하는 건 그만큼 우리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의 무관심은 여전히 많은 후배들을 곤욕스러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88학번부터 줄곧 이어온 이 굴욕의 역사는 여전히 끈질기게 우리(광운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생)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이나 언론사의 문을 두드렸던 동문들이나 입문에 성공한 동문들이 겪었던 고충과 어려움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라는 졸업의 노래가 있지만, 앞서 졸업한 선배는 가시밭길을 홀로 헤쳐 나가야 했고, 여전히 어려운 경제 사정과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여전히 홀로서기를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후배들 역시 정보의 부족과 유력한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졸업생들이 겪어야 할 고초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졸업 선배들이 이들에게 취업 정보를 주거나 알선하고, 로비를 벌이는 것이 후배들을 아끼는 것일까?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여 호 살던 동리가 십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후!”
“십 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에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현진건의 단편 소설 ‘고향’에서는 일제 강점기 피폐해져 가는 조선 땅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이 단편 소설을 최근 들어 다시 읽었는데, 우리과가 지금 그렇다. 많은 졸업 선배들이 대학 시절을 삶을 인생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그 고향이 지금 피폐해 있다. 자본주의의 경쟁과 신자유주의의 무차별적 경쟁으로 우리의 고향은 현진건이 ‘고향’이라는 작품에서 말한 것처럼 피폐해졌다. 거기에는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가 아닌 경쟁만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취업 정보 제공이나 알선, 로비 등은 당장의 도움은 되겠지만 문제의 해결이 될 수는 없다. 국어국문학과의 학문적 공공성을 되찾고 학문공동체로서의 국어국문학과를 살리는 길이 정답이다.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동문회가 발족했다. 그러나 활동은 지지부진하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누군가 여유가 있어서 진듯하게 이 모임을 이끌어 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 그게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송년회에 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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