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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

굴뚝과 억새풀

구상나무 2009. 1. 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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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옆을 향해서 살지만 잡초는 늘 위를 향해 살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잡초는 없는 것이다.
동물이든 새든 곤충이든, 혹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든,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어느 것이나 더 나아지려는 의욕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은 있는 힘을 다 쏟고 있다.
향상심이 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
                                                                                       - 이나가키 히데히로, <풀들의 전략> 중에서  



찬 바람을 가르며 안양천을 내달리다 이대 병원 근처에서 줄줄이 늘어선 거대한 굴뚝들을 보았다.
아마도 난방용으로 보이는데, 특히 겨울에 눈에 잘 띄는 것은 굴뚝에서 나오는 저 연기 때문이다.
안양천 변에는 어김없이 어른 키보다 높게 자란 억새들이 굴뚝마저 가릴만큼 무성하다.
이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땅속에서 에너지를 끌어들여 스스로를 뜨겁게 하는 식물들이다.
불을 떼지 않으면 상온을 유지하기 어려운 인간에 비해 이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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