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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판사에서 일하는 후배와 만난 자리였다. 여러 이야기 중에 드디어 나오고야 만 황석영 작가 이야기. 황석영이라는 작가를 편집자로서 가까이 보아왔던 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그의 (문학적) 성향을 떠나 그의 인간성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단지 서운한 감정만은 아니었다. 누가 보아도 비상식적인 행동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간 그의 명성과 지위에 눌려 쉬쉬 되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그의 극적인 변신은 그간 물밑에서 차마 하지 못했던 많은 말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주류가 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에서 경쟁 우위에 서 있다는 말일 것이다. 체제의 효과적인 시스템이 돌아가는 순환 논리를 재빨리 파악하고 거기서 발견되는 대중의 소비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내는 것, 그리고 그 요구에 맞는 상품(재능이든, 지식이든, 물건이든)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 전 예수가 지금 시대에 맞는 적절한 명언을 남겼으니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다'라지 않던가. 그만큼 현 체제에 잘 적응한 결과이며, 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이라든지, 그 체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향한 실천적 배려 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부류라고 나는 결론 내렸다. 참고로 박노자의 교수 "양심적 지식인란 기린보다 드문 존재"라는 글을 추천한다.

황석영 작가의 행보와 말은 몇 번씩 곱씹어 보았다. 남북문제에 대한 그의 애착과 노력에 대해서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문제 있는 발언들은 많았다. 이는 귀국 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 전의 어느 정부보다 신자유주의를 더욱 급속히 진행하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에도 이 정부를 '중도 실용 정부'로 인정하는 한심한 현실인식은 둘째치고라도, 그가 관심가지고 있는 남북의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몽골+2코리아'는 개성공단도 무너지는 지금 과연 의미 있는 해법일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렇게 말하는 작가가 정말 '객지' '삼포로 가는 길' '장길산'을 썼던 작가였는지도 의심스럽다.

다시 그날의 술자리로 돌아가면, 난 그날 황석영 작가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인터뷰 하나로 명망 있는 작가 하나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고 봤다. 그리고 어쩌면 황석영 작가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석영 작가에게 간곡히 부탁하고자 한다. 제발 현실인식만큼 제대로 하자고. 참고로 손호철 교수의 글 중에 한 대목을 옮겨 온다.

황석영 씨가 개인적 인연이든, 노벨문학상에 대한 욕심이든, 어떠한 동기에서든 이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유라시아 평화열차'프로젝트처럼 민족의 미래에 대한 '대붕'의 통 큰 기획을 가지고 이 대통령을 현재의 극우적 노선으로부터 공약했던 중도실용노선으로 유도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돕고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대통령의 현 노선이 중도노선이라는 식으로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길이다. - 프레시안, '황석영과 손호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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