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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밥먹는다.

- 무슨 반찬

- 개구리 반찬

- 살았니? 죽었니?



아마도 누구나 기억하는 전래놀이의 노랫말이다. 여기서 개구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따라 놀이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아무튼 삶과 죽음은 이 놀이에서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죽은 고기를 먹고 있다.(물론 가끔 '산낙지'도 먹어주고 있다) 불이라는 문명의 매체를 이용해 안전하게(?)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하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후배는 채식주의자다. 유감스럽게도 그 후배와 술한잔도 못해봐서 채식주의자의 생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살아가야할 이 세상은 보통의 사람보다 몇배는 힘들 것이다. 최소한 집밖에서 돈주고  먹는 음식 중에서 완전 채식을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니 말이다.


작가 한강의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를 읽게 된 것은 아무래도 지금의 쇠고기 정국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다 읽고 나서 판단한 거지만, 난 한강이라는 소설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채식주의와는 실상 그다지 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상처받은 영혼과 그 영혼에게서 식물적 상상력의 감화를 받지만 세속된 욕망을 추구햇던 예술가, 그리고 식물이 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이야기이다. 상처와 욕망과 죽음, 세개의 이야기를 이처럼 잘 버무려 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과도한 상상을 끌어오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이야기들은 그 안에서 날실과 씨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세개의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지만 또한 각각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잘 안착하고 있다. 하지만 식물적 상상력이 욕망과 어우러지는 두번째 작품 '몽고반점'은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극적이라서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과 깔끔한 문체는 막힘없는 독서를 가능케 했다. 이 책은 '채식주의'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펼쳐들지 않기를 바란다. 잘 스여진 연작 소설, 풍부한 상상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설로서 충분히 만족할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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