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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교과서가 만들어지기까지... 본문

구상나무 아래에서/밥과 꿈과 사람

교과서가 만들어지기까지...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9.11.09 21:02


지난 10월 14일 찍은 개봉동 우리집에서

길고 긴 장정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왔다. 그동안 하군(마눌님 애칭)과 뜨기(태아 애칭)에게 서운하게 할만한 일이 많았다. 하지만, 하군은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나와 같이 있는 시간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언제나 많은 것을 이해해 주었고, 뜨기는 새벽에 들어오는 아빠의 음성을 잊지 않고 힘찬 발길질로 맞아 주었다. 

직장인의 밥벌이 노동은 어디가나 비슷하겠지만, 교과서 편집 업무는 마치 수많은 야수와 독충들로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탐험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거다. 오늘도 아는 후배 하나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로 나 죽을뻔 했어요."
그 말이 결코 평범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이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노고 속에서 탄생한다.

단행본 출판사에서는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 어쩌면 교과서일 수도 있겠다. 고작 150여쪽의 음악 교과서를 만드는 데 왜 1년이나 걸리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아이들은 150여 쪽의 책을 1년간 들여다 보게 된다. 그 1년의 시간동안 한치의 빈틈도 없이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남아야 하는 것이 교과서이다. 단 한 쪽도, 단 한 줄도, 단 한 글자도 허투로 만들 수 없고, 쉽게 지나칠 수 없어서 심사본 제출일이 시작된 오늘도 어디선가는 다시 인쇄소를 찾아가 재인쇄를 들어가는 게 교과서다.

책은 결코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쌀 한톨을 위해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번 가듯, 책 한권에는 교과서 한권에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모아야 한다. 그것을 모으는 사람이 편집자이다. 편집자 스스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 있어도 책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고 완성되는 과정에 함께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이러한 과정처럼 많은 사람들의 온기와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4 Comments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lolnlil.com BlogIcon 애정어린시선 2009.11.13 00:15 고생하셨어요..^^
    근데 마무리단계도 바쁘지 않나요?
    임신기간동안에는 참 잘해줘야 하는데..^^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www.eowls.net BlogIcon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9.11.13 09:46 신고 심사본을 제출하면 시간이 많이 남죠.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질도 할 수 있는 거고요.
    오늘은 또 교수님들이 점심을 산다는군요. ㅎㅎ

    암튼 이제 또다른 마무리, 출산을 위해 노력해야겠죠~
  • 프로필사진 하성태 2009.11.13 04:03 고생많으셨습니다. 형수님도 건강해 보이시네요.

    근데, 저도 누구누구들에게 하군이라고 불린 적이 많았었는데, 그게 누구누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www.eowls.net BlogIcon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9.11.13 09:48 신고 '하군'이라는 말이 묘해. 글자의 발음 특성이 아닐까 싶어. '하'가 좀 처음엔 강하게 나가다가 나중에 급격히 기운이 빠지는 느낌인데, 거기서 다시 '군'이라는 말로 강하게 안착시켜주니까, 말하는느낌이 좋더라구. 그래서 난 아내를 '하군, 하군'그러지. 물론 결혼하기 전 활달하고 명랑했던 아내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별명이기도 하고 말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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