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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어처구니 없이 터지기도 한다. 모니터와 가인쇄 과정에서 문제가 없던 색의 문제가 실제 인쇄과정에서 터져서 애를 먹는 건 다반사다. 이번 교과서의 경우 특정 인쇄소의 인쇄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했다. 바탕에 10%의 농도로 색을 깔아 놓았는데, 거의 30%에 가까운 색농도가 자꾸 배어 나오는 것이다. 인쇄 기장님의 말에 따르면 원래 30%로 왔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하지만 분명 데이터 값에서는 10%로 보냈던만큼 인쇄하는 사람이나 편집자나 속이 타는 건 어쩔 수 없다. 대부분 즉석에서 기계 조절을 통해 색농도를 낮추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며 이로 인해 다른 지면의 사진이나 색이 이상이 생기기 마련이라 지나친 색 조절은 오히려 독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가인쇄를 하는 데, 예전에는 직접 해당 인쇄기에서 가인쇄를 했지만, 지금은 디지털인쇄를 통해 인쇄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디지털 인쇄의 경우 인쇄기와는 또다른 시스템으로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때가 많아서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본인쇄를 앞둔 가인쇄라면 해당 인쇄기에서 가인쇄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책을 인쇄할 때에는 편집자가 인쇄감리를 나가지만, 제본 과정에서는 빠진다. 제본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지만 가끔씩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교과서 심사본은 가끔 교과부에서 지시한 표지 양식을 지키지 않은 상태의 책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제출하는 심사본이 상단과 첫글자 사이의 간격을 지키지 않아서 다시 제본을 한 사례다.

심사 당일 날 우리 출판사만 해도 40여 종이 넘는 책을 제출했다. 대기실의 풍경은 다채롭다. 접수를 기다리며 타 출판사의 아는 사람과 만나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접수 과정에서 서류에 문제가 생겨서 부산스럽게 본사로 전화를 하거나 대기실에 마련된 컴퓨터에서 편찬계획서 등의 서류를 재출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출판사 역시 편찬계획서의 내용 중 주어진 양식을 따르지 않아 재출력한 사례가 있었으며, 발행인의 인감 도장을 찍어야 하는 난에 회사 직인을 찍은게 문제가 됐다. 물론 이 문제로 평가원의 확답을 받았다는 강과장님의 말이 있었지만 막상 여기에서는 또 말이 바뀌고 말았다. 부랴부랴 회사 총무팀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의 인감도장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현장에서 수정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건 약과. 제출을 앞둔 교과서 속 내용이 문제가 되어 제출이 반려된 회사도 있으니, 1년의 노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듯해 안타까웠다.

교과서는 책이 나오고도 안심할 수 없는 책이다. 최종 심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마음 졸이면서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결과는 내년 4월 중순 이후에나 발표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모두가 흘린 땀방울이 우리 후세대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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