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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동남아 지역은 화려한 게이쇼로 유명하다. 게이 축제도 여러곳에서 열린다. 동남아의 유명한 관광지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게이쇼가 브랜드화 되어 알려져 있다. 남자가 간 푸켓의 게이쇼 이름은 <사이먼쇼>다.

푸켓의 <사이먼쇼>는 방콕의 <칼림소쇼>, 파타야의 <알카자쇼>와 함께 태국의 3대 게이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쇼의 내용과 수준이 괜찮다는 것이다. 남자는 <사이먼쇼>를 관람하기로 했다. 관광일정에서는 선택관광으로 분류되어 있다.

 

 

쇼는 전체적으로 각 나라의 전통공연이나 대중가요를 모방한 춤과 노래로 이루어진다. 쇼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남성이거나 과거 남성이었던 여성, 즉 대부분이 트렌스젠더로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쇼의 멤버가 될 수 없으며, 엄격한 심사과정에서 그 끼와 재능이 인정받아야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빠통 거리, 바나 클럽 곳곳에는 배회하거나 춤을 추며 공연을 하는 게이들이 많다. 일부는 성전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내재된 끼를 발산하고 그 재능을 마음껏 펼치기를 원하고 있다. <사이먼쇼>는 그런 이들에게 언젠가 꼭 오르고 싶은 무대다. 실제로 클럽이나 바에서 하는 게이쇼는 볼만한 쇼라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성년자나 어린이와 함께 공연을 볼 수는 더더욱 어렵다. 그에 비해 <사이먼쇼>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구경 오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첫무대와 끝무대가 비슷한 테마로 엮어져 있다. 화려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공연이다.

 

동남아 지역에 유독 게이가 많고 게이쇼나 축제가 발달한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누 구는 그 원인으로 동남아 지역의 물에 존재하는 석회석 성분이 환경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며 자연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동남아 지역의 역사에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태국의 경우 과거 전쟁이 많을 때 남자 아이들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여자의 옷을 입혀 여자 행세를 하며 키워왔고, 자연스럽게 게이에 대한 거부반응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덜하면서 게이가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경우로 필리핀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 여자 아이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남자아이를 여자 옷을 입혀 학교로 보냈던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곤 한다.

 

우리가요를 불렀는데, 가요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굴이 주먹만하고 노래는 정말 잘했다. 대부분의 노래는 립싱크다. 여자 가수는 이후 커튼콜 인사에서도 돋보였다.

 

우리나라가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깊이 남아있는 반면 태국은 그 반대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훨씬 축복받는다. 사회적으로도 여성이 가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가정경제에서 많은 부분 여성에 의지한다. 사회문화 전반에서 여성이 더 존중받다 보니 게이나 성전환 수술을 해 트렌스젠더가 되려는 남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동남아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게이는 비단 도시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시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여제를 주인공으로 하는 공연이다. 의상의 화려함이 돋보였다.

 

여성성을 가진 남성, 혹은 트렌스젠더들은 패션이나 미적 감각이 남다르고 자유로운 감성과 끼를 가지고 있다 보니 특히 색다른 것을 원하는 관광지에서 인기가 좋고 이들을 관광상품으로 포장해 내놓는 쇼들이 다채롭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켓의 <사이먼쇼>를 보면서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들은 그들을 여성, 혹은 남성으로 볼 때이다. 그들의 아름답고 멋진 몸을 보면서 여성을 생각하다가도 그들의 태생이 남자였음을 상기하면서 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것이다. 사실상 트렌스젠더는 제3의 성이 아닐까. 인기영화 <X맨>이 돌연변이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돌연변이들은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처럼 우리의 시선은 그들을 돌연변이로 보고 있지만 어쩌면 그들은 사회문화적으로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테두리를 뛰어넘는 존재들이 아닐까.

 

 

다음으로 이어진 공연은 정글을 지배하는 여신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려오면 막간을 이용한 작은 공연이 또 펼쳐진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두 연기자(일명 홀쭉이와 뚱뚱이)가 좌중에게 웃음폭탄을 던졌다. 독특하고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몸짓, 노래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어찌됐건 <사이먼쇼>는 남자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들의 공연과 쇼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무어라 말할 수 없겠지만, 무대에 선 그들은 당당했고,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최소한 그들은 평생의 꿈 한토막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런 당당함이고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한국 부채춤과 장구춤을 선보이는 장면이다. 직접 치는 것은 아니고 나오는 음악에 맞춰 나름대로의 춤을 선보인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으니 부채춤이나 장구춤을 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어색하게만 보인다.

 

각 나라의 전통문화나 대중문화를 본따와 자기것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들이 하는 부채춤이나 장구춤을 보면 어색하지만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그것은 그 정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네들이 가진 끼와 장점을 곳곳에 잘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춤과 장구춤은 다른 쇼에 비해 매우 소박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그만큼 순전히 이들이 펼치는 몸선과 동작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꽃을 무대로 혼자 노래를 부르는 전체 공연 중 가장 여성스러운 교태와 애교를 보여주었다. 얼굴 표정에서부터 몸동작 하나하나 새심하게 만들어졌다기 보다 오히려 타고난 교태와 애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어서 막간 공연이 이어진 후 몽골춤과 공연이 이어졌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무대는 전체 쇼 중에 가장 큰 규모였다. 나오는 주인공만 해도 보통 1명이었는데 이 쇼에서는 3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많은 연기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화려한 조명에 화려한 춤과 의상이 동원됐다.

 

태국은 여권이 강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는 오랜 전쟁으로 인해 남자가 부족하고 가정에서 여자가 권력을 가지면서부터다.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역사가 창조적이고 보호적인 역사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난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게이가 보편화되었고, 그들이 사회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이나 동남아에 간다면 이들이 펼치는 쇼를 보자. 환락과 쾌락의 퇴폐적인 문화라고만 보지 말고 그들이 가진 끼와 재능, 그리고 그 이면의 문화와 역사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까 나왔던 홀쭉이와 뚱뚱이 중에 뚱뚱이 연기자가 또 다시 막간 공연에 나왔다. 역시 좌중을 재미있게 만드는데 타고난 남다른 끼가 있다.

 

마지막 공연이다. 오프닝 공연과 비슷한 무대, 비슷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 클로징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커튼콜 인사를 하러 나온 연기자들. 그중 위 연기자는 한때 트렌스젠더 미인상을 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밖에서 연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는데, 가장 인기가 좋았다.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팁으로 20~30바트(1달러나 1천원도 좋다) 정도 건네주어야 한다.

 

<사이먼쇼>가 열리는 ‘사이먼 캬바레’는 빠통의 남쪽 끝 까론 방향에 위치해 있다. 쇼는 매일 오후 7시 30분, 9시 30분에 열린다. 일반석은 500바트, VIP석은 600바트이며 음료수 1잔이 제공된다. 홈페이지는 www.phuket-simoncabar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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