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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아만 관광을 마치고 다시 푸켓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중 쇼핑관광 코스도 여럿 들렸다. 천연고무를 이용해 만든 침구세트를 판매하는 라텍스관, 태국의 세공기술을 자랑하는 보석판매점, 기념품점 등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시간이 좀 많이 남는다며 일정에 없던 푸켓 대형 마트 구경도 했다. 일전에 과일 시장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관광객들이 대부분 하고 싶지 않아 해서 그냥 지나친 일이 있다. 그때는 좀 아쉬웠는데, 그나마 마트 구경은 그런 아쉬움을 조금은 상쇄해 주었다.

예전 교과서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를 비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진 하나는 물품도 별로 없는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무표정한 소련사람들 모습이었다. 그와 비교해 물품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형 마트에 즐겁게 쇼핑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그 옆에 나와 있던 것으로 기억난다. 자본주의 사회의 매장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하지만 풍요에 가려진 빈곤은 굳이 교과서에 등장할 필요는 없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욕구에 의한 소비가 주류를 이루어가는 시대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쇼핑은 현대인들의 인기 있는 여가생활 중의 하나가 된지 오래다. 쇼핑관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순전히 물건을 사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욕구는 이제 억압될 것이 아닌 해소되어야 하는 문화다. 자신의 가치는 가지고 있는 물건에 의해 평가된다고 믿는 이들에 의해 소비의 패턴은 유행 혹은 패션으로 치환되고 있다.

일행이 찾아간 곳은 빠통에서 푸켓타운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빅시 마트. 입구의 대형 주차장에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서있다. 늦은 오후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관광지답게 사람이 많다. 매장 안은 우리나라의 여느 마트들처럼 밝고 환하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때때로 태국어로 숨 가쁜 음성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마도 세일마감이 임박한 상품 안내나 미아를 보호하고 있다는 방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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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시 마트에서 발길을 잡았던 곳은 식품 코너, 그 중에서도 과일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독특한 과일들을 눈여겨보면서 하나하나 냄새도 맡아 보고 손으로 느껴보던 남자는 보일듯 말듯 미소를 지었다. 맛을 보려면 사야겠지만 그다지 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 보다. 하긴 태국에 오면서도 개인돈을 별로 챙기지 않은 그로서는 거기서 만족해야 했다.

소비욕구를 가장 자극한 곳은 음반 판매점.
입 구의 영화&드라마 코너에는 남자의 눈에 익은 얼굴들이 반겼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들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묘한 감정을 느끼며 찬찬히 그 CD와 DVD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상영(혹은 방영)된지 좀 지난터라 제목도 가물가물한 것도 있다. 애써 영어제목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다가 피식 웃고 돌아섰다. 아마 그런 일이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가 멈춰선 곳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코너. 헤드폰을 끼고 태국 음악을 들어보았다.

한국에서 음반을 즐겨 구입하지도 않았지만 여기 푸켓에서 굳이 음반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왜일까.  남자는 태국의 대중문화도 우리나라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몇몇 음악CD는 실제로 하나 사가고 싶기도 했다. 음악도 괜찮았지만 여행지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물건으로 음악CD를 사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 지만 역시 자금의 압박이 크다. 실제 가격도 결코 싸지 않았다. 결국 남자는 그냥 돌아서서 마트를 나왔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여전히 시간이 남아 그는 걸어서 근처 센트럴 백화점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다시 돌아왔다. 해가 저물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푸켓에서의 마지막 밤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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