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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희생을 강요한다. 아니, 희생 없이 결혼 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그 희생의 대상이 상대방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서 필요한 자각은 그 희생은 상대방을 위함이 아닌 결혼 생활을 지키기 위함이다. 자신의 희생이 상대방으로 향한다는 가정은 결국 그 희생에 대해 유세를 떨거나 반대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의 관계에 상처를 내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희생이라기 보다 위선에 가깝다. 그러기 때문에 상대방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할 때부터 결혼은 이미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진정한 자기희생은 숭고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위선은 비극으로 내달린다.
결혼 생활은 서로에 대한 자리매김이다. 평생을 두고 진행되는 이 자리매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혹은 기회)의 성격과 내용이 다른만큼 어느 하나의 정답을 만들 수는 없다. 항상 머리를 맞대고 그 위기(혹은 기회) 앞에서 서로의 역할과 임무를 배분해 관계를 재정립한다. 그럼 그 결과는 무엇일까?
"결혼은 시련입니다. 이 시련은‘관계’라는 신 앞에 바쳐지는 ‘자아’라는 제물이 겪는 것이지요. 바로 이 ‘관계’ 안에서 둘은 하나가 됩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이야기하는 바다. 잃어버린 반쪽을 만나는 것은 쉽지만 그 잃어버린 반쪽과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신은 자아라는 제물을 요구하며, 따라서 결혼 생활을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애는 할 수 없는 것, 둘을 하나가 되게 하는 바탕이 바로 결혼이다.
지난주 토요일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신부를 소개하는 후배의 술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후배는 자신의 배우자가 '착하다'고 했다. '착하다'는 말도 '결혼'이라는 말처럼 단어가 가진 사회적 해석이 오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서는 선의가 느껴졌다. 그동안 이어져 온 연애 생활을 청산하고 오랜 역사적 전통과 사회적 풍습이 주는 시련을 둘은 이겨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그 시련은 둘의 관계맺기를 통해 하나가 탄생하는 산고의 과정이다.
세상은 진정 하겠다고 결심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에게 길이 열린다. 부디 먼훗날 행복이라는 옥동자를 생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 결혼식 못가서 이런 글 쓰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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