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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CR의 친선대사인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영화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처음 안젤리나 졸리를 알게 된 것은 영화 ‘툼레이더’였다.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졸리는 섹시하고 지적인 여전사의 이미지를 한껏 풍기며 전 세계인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사라기 보다는 인권 천사가 더 어울린다. 그는 2001년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임명받은 이후 30여 개국의 난민촌을 누비면서 난민들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렸고, 그가 직접 기부한 금액만도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그가 캄보디아와 에티오피아의 아동을 입양한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권전문가들에게 졸리는 여전사이기 보다는 난민인권옹호가로서 난민들의 천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2001년 그가 처음 유엔난민기구(UNHCR)의 친선대사가 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의 영화 ‘툼레이더’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영화 ‘툼레이더’가 그가 영화배우로서 인기를 얻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는 영화를 촬영하며 본 캄보디아의 난민 상황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촬영을 마치고 2년 후인 2001년 7월 그녀는 UNHCR의 초청으로 다시 캄보디아를 찾았을 때, 아마 그녀는 이미 난민들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거기서 그녀는 난민 정착 운동을 펴고 있는 크메르 루즈 지역을 집중적으로 돌아보았고, 공산반군이 최후까지 저항한 안롱방도 방문했다. 이 방문은 여정의 마지막 날에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가 캄보디아를 방문한 다음 달 8월 21일 UNHCR은 그녀를 유엔 친선대사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유엔의 친선대사로 선정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유엔의 각 기구들은 친선대사 활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엄격한 조건과 자격 및 활동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분야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헌신적인 노력을 필요하기 때문에 친선대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후 시에라리온, 탄자니아, 캄보디아, 에콰도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고통 받는 난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캄보디아와 에티오피아 아동을 입양했고,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난민촌 캠프를 찾아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7년 3월 미국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2년간의 친선대사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처음 2년여간은 어떤 일도 감정적으로 되지 않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눈물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문제와 관련된 많은 책을 읽으면서 보다 큰 그림 속에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난민들을 진실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성적으로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갔던 지적인 여인이다. 2002년 유엔 기자협회는 그녀에게 ‘유엔 세계 시민상’을 수여했고, 2005년에는 유엔이 ‘유엔 글로벌 인권상’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그가 영화 홍보 차 우리나라를 방문했음에도 기자 회견에서는 영화 내용과는 관계없는 탈북난민 문제에 대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그녀가 유엔 친선대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우리나라의 난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에 국내에 거주 중인 난민 신청자, 난민 인정자, 인도주의적 체류허가자 등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내 거주 난민들은 난민 신청 과정에서 법률적인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고, 난민 신청 후 인터뷰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으며, 인터뷰 과정에서도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난민 신청자 중 취업 등을 이유로 장기 구금된 경우도 있었으며,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의 지위 인정이 안될 뿐 아니라 아무런 사회통합 프로그램도 없었다.

안젤리나 졸리는 2005년 유엔글로벌 인권상을 받는 시상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망명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큰 특권이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관용과 이해의 세계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보다 더 큰 임무는 없다고 본다.”

그의 말처럼 박해와 탄압을 피해 자유와 평화를 찾아 우리나라로 찾아 온 모든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따뜻한 관용과 이해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난민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국가인권위원회 블로그 '별별이야기' 에 기고한 글을 재수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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