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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근심거리라고 말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 보도를 접하는 농부들의 마음이 가장 씁쓸할 것이다. 근심거리까지는 아니지만, 풍년이 예전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지금의 딜레마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의 하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쌀은 그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 발전된 농업 기술로 쌀 생산량이 대폭 증가한 것도 이유겠지만,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바다 건너 들어오면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30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남는 쌀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부는 일단 햅쌀이 나와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우선 40~50만톤을 사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재고 쌀 149만톤 가운데 비축분으로 100만톤을 뺀 나머지는 가공용으로 처분키로 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대한 쌀 지원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남북 경색 국면을 타계할 수 있는 계기로서 대북 쌀 지원을 조심스럽게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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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사정은 어떨까. 당장 쌀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북한은 지금 절박한 상황일까? 이 에 대해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세계식량기구의 평양사무소 토벤 두에 소장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는 북한 신의주 지역의 홍수와 관련, “잠정 집계에 의하면 북한 주민 2만3천명이 대피했다”면서도 “아마도 북한 정부가 수해를 자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수해지역의 농작물 피해는 매우 심각하지만 전국적으로 (피해지역이) 좁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고는 것이다. 그는 이어 올해 식량 수확과 관련해서는 “9월 작황 상태를 평가할 예정이고 그것이 끝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이 정권 유지에 악용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세계식량기구를 통한 식량 지원은 군부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우리는 훌륭한 분배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벤 두에 소장의 말을 요약하면 북한의 올해 수해는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농작물 피해는 좀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또 북한의 지금의 식량난은 2006~2007년의 수해 때에 비하면 견딜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의 식량난은 한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결핍에 시달리고 있어서 세계 식량 기구에서도 평양 사무소를 두고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북한의 상황이 예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기아에 따른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8년 9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식량 지원을 정치적 사안과 분리하여 추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 권고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06년 ‘북한 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본 입장’에서도 천명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인권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은 정치적 사안과 분리하여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쌀이 남아돌아 일부 쌀은 사료용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사회에서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베풀 쌀에 대해 인색하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엔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ICESCR) 제11조는 “모든 사람은 배고픔에서 자유로울 기본적 권리가 있으며 적절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웃 주민의 굶주림에 아파하며 이웃을 돕는 시민의 인간적 존엄성이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예전 보릿고개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반도 북쪽의 주민들의 기아 상황에 대해 아무 대책도 없다면 이는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남북관계 상황,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 상황, 쌀 지원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언론에서는 민간차원의 대북 쌀 지원은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한다.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인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수호하는 일은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싸움 중의 하나다. 지구에 인류가 그 역사를 써 온 이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부여한 존엄성이며, 우리가 수호하며 지켜왔기 때문에 가능한 가치였다. 남북관계 역시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통한 관계 회복의 노력이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다가올 미래의 통일 한국이 보다 인권적인 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국가인권위원회 블로그 '별별이야기'에 보낸 글을 재수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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