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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7백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무려 77퍼센트가 5월엔 최소 70만 원을 더 쓰게 된다고 답했다. 70만원이라는 거금이 어떻게 5월 한 달에 더 많이 지출될 수 있는지는 달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다가 5월의 신랑신부들은 어찌나 많은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식이면서 부모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 자식의 도리를 설파하는 각종 이벤트들은 사실 도리가 아니라 돈으로 연결된다. 돈 없으면 부모 노릇, 자식 노릇 못하는 세상일까?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은 독특하다. 사실 국제적인 어린이날은 1925년 제네바에서 있었던 아동 복지를 위한 세계 회의에서 결정한 6월 1일이다. 또 UN과 유네스코에서 정한 세계 어린이의 날은 11월 20일이다. 만일 우리나라도 6월이나 11월이었다면, 5월은 좀 덜 잔인한 달이 되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색동회 창립일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데서 시작되었다. 적어도 1925년의 세계 회의 때의 결정보다 2년이나 앞서니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은 토종 어린이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방정환 선생이 색동회와 어린이날을 만든 데에는 당시 어린이들의 존엄성과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을 ‘어린것, 이놈, 아이, 애새끼’ 등의 거친 표현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식은 어디만큼 왔을까?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위협들-범죄, 환경오염, 빈곤, 차별 등-은 항상 약자인 아동들 앞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어린이’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준비는 많이 부족하다. 최근에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대 여론에서는 ‘어린이’를 교육 환경을 이유로 차별과 인권 침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의견에 경청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어린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큰돈 들여서 사주는 것도 좋겠지만, 평소에 어린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들어줄 수 있는 세계가 어린이들에게는 필요하다.


현재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양희 교수는 지난해 월간 <인권>(2010. 1-2월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동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아직 풀지 못한 게 있어요. 아동의 목소리를 듣는 자세가 없다는 것이지요. 아동 의견 존중은 인권의 근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그게 반영되었을 때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확인하게 되지요. 자기 의견을 말했는데 그게 묵살된다면 인간으로서,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는 게 아닌 것이지요.” (인터뷰 보러 가기)


이번 어린이날에는 어린이와 함께 아동인권 선언문을 읽어보고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아동인권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서 집에 걸어두는 것은 어떨까. 어린이는 존중받는 느낌을 가지고 인류 역사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해온 노력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5월 초에 인권위 블로그에 보낸 글을 이제사 올리는 게으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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