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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1인극 '콘트라베이스'를 본 적이 있다. 명배우 명계남이 혼자 두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독백을 통해 연극이 전개된다. 캐릭터의 독창성과 이야기의 치밀함, 그리고 배우의 캐릭터 이해와 그에 따른 몰입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소모되고 재미가 없으며, 외면받기 쉽다. 그만큼 어려운 극이 1인극이다. 그렇다면 2인극은 어떨까?

지금 대학로에서는 열한 번째 2인극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개된 위드블로그의 이벤트에서 당첨된 나는 아내와 함께 2인극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연극 "덤 웨이투"와 "마당극 심청의 이야기"를 '정미소'라는 임시 소극장에서 관람했다.

"덤 웨이터"는 2명의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갖추면서도 희화화되고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극을 전개한다. 1인극에 비해 2인극은 분명한 대립적 갈등 구조를 가지는 2명의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덤 웨이터"가 가지는 이야기의 서사적 탄탄함은 좀 아쉽다. 도대체 이 두명의 캐릭터가 왜 그 방안에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왜 그들은 기다리고 있는지 나오질 않는다. 그저 한명이 그 상황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것만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 연극의 소개에서 보면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 온 것 같은데, 사실 사전 지식 없이는 이 연극을 본다는 것은 조금 곤혹스럽기도 하다.

물론 연극에서의 긴장감과 스팩터클함,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여러 장면들, 대립되는 인물 구도의 설정,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등은 꽤 훌륭했다. 여기에 이야기의 사사적 측면만 조금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다음으로 본 "이야기 심청"은 전통적인 마당극 형식을 빌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마지막에 나는 징을 들고 아내는 그 징을 치는 일에도 참여했다. 마당극은 자고로 관객과 놀이꾼(배우)이 함께 할 때 그 효과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전 연극인 "덤 웨이터"의 극도의 연극적 긴장감을 완전히 풀어 해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덤 웨이터"를 본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서 "이야기 심청"을 보았던 터라 극과 극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느꼈으리라.

"이야기 심청"의 재미는 물론 "덤 웨이터"를 뛰어넘는다. 아주 전통적인 고전을 약간 각색하고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제안으로 극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와 극을 이끌어 간다. 2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다양한 연기와 재미있는 물건을 이용하여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적인 재미는 덜했다. 막과 장이 없이 매번 병풍 뒤로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등장과 극의 전환을 바꾸는 것은 연극의 전통적인 막과 장의 구별에서 올 수 있는 기대감을 씼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문화 공연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좋지 않은 감상 후기를 그것도 마감 이후 이렇게 뒤늦게 내놓았지만, 그럼에도 "야, 잘 보았다!"고 외치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내려와서 한 그 일성처럼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박장대소도 하고, 졸기도 했지만 이런 일이 어디 흔한 일이랴. 내 인생은 내 아내와 함께 하는 2인극의 그 절정임을 그날따라 유난히 느끼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이 있겠는가.

미천한 블로그질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위드블로그 측에 더없이 감사드리며, 더불어 연극 문화 발달을 위해 애쓰고 있을 관계자들과 2인극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게 더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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