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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안치환의 '마흔 즈음에' 본문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안치환의 '마흔 즈음에'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2.02.06 10:52


한몸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머리를 받친 목이 따로 놀고 
어디선가 삐그덕 삐그덕 나라고 믿던 내가 아니다 
딱 맞아떨어지지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게 삐긋하더니 
머리가 가슴을 따라주지 못하고 
저도 몰래 손발도 가슴을 배신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나를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한맘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늘 가던 길인데 가던 길인데 
이 길밖에 없다고 없다고 나에게조차 주장하지 못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나를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한창일 때 서른을 맞았는데, 
사실 그때의 감성은 그 노래를 짙게 이해할 만한 성숙이 모자랐다.

그런데 이 노래 안치환의 '마흔 즈음에'를 마흔의 생일에 듣고 있자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제 내 나이 마흔.
물러날 곳도 나아갈 곳도 더욱 흐려지고
힘도 기백도 열정도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워져
고개를 숙이며 바닥만 훑는 인생같은
그래도 한번더 보듬고 쓰다듬으며 작은 위로에 크게 기뻐해야 하는
나약한 중년의 시작을 알리는 나이에
생일 노래 치고는 참 잔인한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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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 프로필사진 애정어린시선 2012.02.07 16:22 생일이였나요? 축생일입니다..

    크..그러고보니..스무살즈음에 군바리로 옆에서 지낸 이후로..
    어느새 서른즈음에를 지나 마흔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요즈음이네요.. (노래 잘 들었어요..)

    매순간..하루하루 살면서 타인들과 또 다른것들과 부딪히며 닳은구석이 생기고 부딪혀 생긴 생채기에 내려앉은 딱정이와 굳은살들로 인해서..따악딱~ 맞아들어가던 것들이..사라져온..

    역전의 용사인데...그게 또..젊은날의 나로 돌아가 돌아보면..어찌보면 참 세상과 타협하며 일순 비굴함도 묻어있어 쪽팔리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같이 운동하는 동료?중에 이제 쉰즈음에가 되는 동지가 있는데..그러더라구요..
    마흔을 지나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쉰즈음에 이르게되면.. 세상사..선악보다는..나에게 득이냐..실이냐..를 더 따지게 되고..더 둥글고 더 모양이 기이해져 있는 자신을 거울속으로 들여다 보는데..그게 마음아프지 않더라...하더군요.. 기뻐해야 하는건지..슬퍼해야 하는건지..

    아이가 곧 초딩이되는데..촌지를 적극 권하면서..모든 인간생활에서 급행료와 더 좋은 서비스에는 추가요금이 붙게 되는것과 같은 이치라며..촌지라고 생각하지 말고..내 아이에게 더 신경쓰고 잘 돌봐달라는 댓가니까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군요..-_-;;

    참...그렇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www.eowls.net BlogIcon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2.02.08 09:56 신고 영대 씨도 나도 길가다 보면 알아볼 수 있을까? ^^
    그러고보니 우리 참 오래된 사이같구려~
    나이가 이리 되어 이제는 기성 세대라는 말을 피할 수 없을 때
    즉,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책임자가 되었을 때,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이 세상을 더 견고하게 만들려고 하는
    자잘한 일상의 움직임들이 참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실감하며 사는 나이.

    아이에 대한 관심을 더 좋은 서비스로 인식하고,
    돈으로 관심을 살 수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렇게 산 관심이 아이에게 진심으로 통할 수 있을지.
    또 만에 하나 아이가 어느날 자신이 받는 관심(?) 애정(?)이
    돈으로 만든 거라는 걸 알았을 때 받을 상처는?
    경제적 용어로 따졌을 때 약간의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 이익이
    그러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 비용을 상회하는 게 촌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프로필사진 소녀 2012.02.08 15:25 월요일 선배 생일이었죠? 우리 큰 딸도 그날이 생일이었는데. 선배는 음력, 우리 딸은 양력 묘하게 겹쳤더라고요.
    딸 생일에도 회사에 남아 열심히 교과서 만들었숨돠~
    엄마 없이 케이크에 촛불 켜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선배도 요즘 바쁘죠?
    민서 자는 모습만 보고 지내는 건 아닌지...
    선배 화이팅 해요.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추카추카추카추카 왕 추카.
    선배, 마흔? 흑. 나도 곧 마흔. ㅠ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www.eowls.net BlogIcon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2.02.10 17:52 신고 고마우이~
    안과 밖의 생활이 조화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우리 사는 삶이 항상 그 긴장 위에 있는 것을
    어찌하겠나.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이해할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사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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