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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인어 아가씨는 있는데, 왜 인어 아저씨는 없을까? 우리의 상상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생긴다. 이번 ‘산해경’ 강의는 우리의 상상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그리고 동양의 신화가 서양의 신화와 다른 가치와 철학으로 우리에게 어떤 상상의 문을 열어 주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괴수 이야기부터 ‘산해경’에 영향을 받은 뛰어난 문인들과 그 작품들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치면 총 630개의 상품이 나온다. 반면 ‘산해경’을 검색해 보면 67개의 상품만 소개된다.[각주:1] 거의 10배의 차이다. 아마 판매량으로 보면 그 이상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 인식의 차이도 그만큼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산해경’이 동양의 지리와 신화를 다룬 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나 자신도 제대로 몰랐다. 대학의 고전문학에서는 ‘산해경’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각주:2] 물론 국어국문학과에서 중국의 신화를 학문적으로 배우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해경’ 곳곳에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과 자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또 국문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서도 ‘산해경’에 대한 공부는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산해경 속 기이한 동물들(출처: 대기원시보)


‘산해경’은 이미지가 귀하던 시절, 이미지가 담긴 글과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현실 저 너머 세상을 보게 해 주었다. 현실에 갇혀 자신의 눈 앞의 세상만 볼 수 있던 사람들의 시야를 우주 저 너머로 열어준 것이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 자연과 우주의 관계에 대해 다른 고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지평을 넓혔다. 이는 비단 옛사람들에게만 준 영향이 아니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어렸을 적에 본 ‘산해경’에 큰 충격을 받고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우리나라의 황지우 시인 역시 ‘산해경’을 읽고, ‘산경’[각주:3]이라는 시를 지었다. 황지우는 ‘산경’이라는 글을 통해 1980년대 암울한 시대 상황을 ‘산해경’의 서술 방식으로 비판했다.


‘산해경’은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양하게 변화 발전할 것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이야기가 가진 힘은 강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여러 변종으로 바뀌며 발전해왔듯이 ‘산해경’도 앞으로 그 이야기의 힘으로 더 많은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거나 읽을 예정이라면 ‘산해경’ 역시 함께 읽어 동양과 서양의 신화를 비교해 볼만하겠다.




산해경

저자
예태일, 전발평 지음
출판사
안티쿠스 | 2008-04-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출간취지 이제 고전은 그 원전의 텍스트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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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년 3월 19일 검색 기준 [본문으로]
  2. 어쩌면 수업에서 언급하거나 다루었을텐데 오래전 일이라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본문으로]
  3. http://blog.daum.net/oksun3363/8704394 사이트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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