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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잔뜩 움츠린 목덜미로 서늘한 겨울 바람이 스쳤다. 붉은 벽돌 건물에 주눅들어 어깨와 허리가 접혔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먹방에서 아이는 떨었다. 똥오줌까지 스스로 처리해야 하고, 며칠이 지나가는 줄도 모른채 깜깜한 어둠 속에 사람을 가둔다는 상상만으로 정신적 공황에 빠질 것처럼 무섭다. 벽관에 들어갔을 때는 아이가 장난으로 문을 잠궜다. 꼼짝없이 갇혔는데, 잔뜩 쪼라든 몸뚱아리 한가운데 있는 심장은 더욱 커다랗게 요동쳤다. 아이가 풀어주기까지 1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난 그 끔찍한 현상에 나도 놀랐다. 사형장 앞 미루나무는 온갖 통곡들을 끌어안느라 잔뜩 말라버렸다. 컴컴한 사형장 안쪽에서는 지난 100년간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시구문 밖으로 난 통로 끝은 깜깜했다. 

한낮에 들어갔지만 해가 건물너머로 들어갈 때가 되어서야 나왔다. 시간이 부족해 차마 다 보지 못한 사연들은 이제 언제 다시 찾아와 인사할까. 이번 겨울 들어 찾아온 오랜만의 강추위를 뚫고 오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감옥에 갇힌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원한과 슬픔과 고통을 내 좁은 속이 어찌 알 수 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에 빼앗긴 나라와 주권을 되찾겠다고 싸웠다. 항쟁의 역사를 보면, 그리고 해방 후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를 보면, 이 땅의 백성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끈기와 인내를 갖고 온갖 폭력과 고문을 이겨내며 지금의 나라를 일구었다. 그 처절한 역사를 보면서 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우리나라는 일제에 의해 식민지화 되었을까?"

일제 점령 이후 투쟁의 역사만 보더라도 이 땅의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굴복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이 땅의 사람들이 그토록 고통을 받고, 그 고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올해는 삼일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나의 질문을 올해의 화두로 끌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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