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편집자 되는 법(유유, 이옥란)

돌이켜보면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책을 좀 덜 읽다가 마흔이 넘어가면서 책을 다시 좀 읽기 시작했죠. 책을 만든다는 저도 그렇게 책을 안, 아니 못 읽었습니다. 세상은 책 읽기 보다 재미있고,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책 보다 세상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느껴질 때 책은 그다지 쓸모 없는 도구가 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좀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좀 봅니다. 

이런 사람도 편집자 일을 합니다. 주변 편집자들을 봐도 책 읽는 편집자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어보면 어버버 하거나 말을 돌리거나 예전에 읽은 책 이름을 말합니다. 그만큼 책을 안 읽는 세태죠. 그런데도 편집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책을 만든다는 일의 가치는 여전히 숭고하게 다가옵니다. 이미 시장에서 가지는 책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편집자 되는 법"(유유)의 저자(이옥란)는 이런 시장 상황을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한마디로 정의했습니다. 

"근속 연수 3년, 실무 정년 마흔"

저자는 냉혹한 출판 현실을 최신의 데이터로 설명합니다. 그러면서도 편집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경험적 가치를 이야기해주고 있죠. 어차피 이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은 편집일을 하는 현실적 고통과 마주하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실무적인 조언부터 친근하게 다가오는 편집 업무의 에피소드까지, 초보 편집자라면, 편집 업무에 마음을 두는 이라면 읽어볼 만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그가 말한 실무 정년 마흔을 넘겼습니다. 교과서 편집의 업무 특성 때문인지 기획자가 아닌 교과 편집 실무자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책이 나오기 위한 합리적 절차나 형식, 방법 등에 대해서는 감각적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아마도 모든 편집자가 대부분 그러하겠지요). 성실, 인내, 끈기+체력만 믿고 책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면서도 막상 책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면서 일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전 아직도 책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편집자, 편집 관련 책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세상이 변해도 편집자들은 비슷해 보입니다. 생각도 고민도... 그래서 이 책이 마흔을 넘긴 저같은 편집자에게도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