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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안에 바람이 들어왔다. 목이 다 타들어간 것 같았다. 자꾸 물을 마셔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밭은 바람을 입밖으로 자꾸 쏟아냈다. 기침이다.


어제 좀 무리했나 보다. 거리도 거리지만, 그 수십개는 될 것 같은 언덕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바람은 또 어땠나. 전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겨울 초입의 바람이다. 게다가 바닷바람이니 그 바람이 몸 안에 들어와 아무 일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있을 줄은 알았다. 기침이 좀 나올 뿐인가 싶더니, 손목이 아프다. 내리막길에서 무게 중심이 손목에 많이 쏠려서 그랬을 것이다. 아침에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붙였지만, 계속 손목에 힘이 들어갈 테니 그다지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다리는 예전부터 언제 신호가 올까 조마조마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무릎에서 이상신호가 온다. 역시 언덕길을 넘다보니 생긴 후유증일 것이다. 밤마다 마사지를 해주지만 근육에 중점두었을 뿐이라 무릎은 그다지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다. 그래도 아직 페달을 밟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언덕길을 올라가거나 과도하게 힘을 줄 때면 무릎이 약한 신호를 보내는 정도다.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갔다. 처음 해안도로는 평지길이었다. 한 한시간 이상을 달리면서 바다도 여유롭게 관망하며 갈 수 있었고 해안기암의 절경도 눈에 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맞바람이었다. 쉴새없이 부는 매서운 남서풍이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몰아쳤다. 바닷바람이 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강한 바람을 맞아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도 날은 따뜻했고 하늘에는 구름도 거의 없어 어제처럼 춥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새파란'과 '시퍼런'의 차이를 새삼 느꼈던 바다와 하늘. 작은 어촌마을마다 진하게 풍기는 비릿한 냄새들. 뺨을 스치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온 몸이 동해를 느끼고 있었다. 한참을 내달리니 다시 7번국도를 만났다. 이번 7번국도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관광버스와 콘테이너트럭, 그리고 탱크로리 차량. 시골버스(관내버스)는 자전거가 앞에 있으면 웬만하면 피해서 가려고 노력하는데 관광버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간다. 콘테이너트럭은 그 길이 때문에 위협적이고 탱크로리는 소리가 여느 트럭보다 더 큰 것처럼 느껴진다.




울진군과 영덕군 모두 대게를 관광상품으로 내걸고 있었다. 해안도로 길가마다 가게들 열에 아홉은 대게를 내걸고 장사를 했다. '울진 대게'와 '영덕대게'. 둘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 것일 테니 똑같지 않을까. 울진군 경계를 넘어 영덕군 병곡면에 들어섰다. 병곡면사무소를 찾아가 영덕군 관광지도를 구했다.


병곡면에서 다시 7번국도와 헤어지고 해안도로로 들어섰다. 고래불해수욕장 옆의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은 한참 평지길로 역시 바람의 저항을 제외하고는 달릴만 했다. 간간히 나오는 작은 언덕들은 가뿐히 올라준다. 이 정도로만 간다면 오늘의 목적지 강구까지는 너끈히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대진항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축산면 소재지를 지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언덕길이 시작됐다. 언덕을 오르던 도중 자전거 앞바퀴가 1단으로 놓자 체인이 빠져 버렸다. 자전거도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1단으로 놓으면 뒷바퀴와 체인이 부딪히는 현상도 나타났다. 1단으로 놓고 달릴 수 없게 됐다. 웬만하면 2단으로 놓고 올라갈 수 있지만, 너무 힘든 길은 끌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강구를 향해 가는 길에 수많은 항구마을들을 만났는데, 대개의 마을들이 언덕과 언덕 사이에 있어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한참을 달리니 대관령에서 본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영덕풍력발전단지다. 이곳에 영덕해맞이 공원도 함께 있다. 여기에 도착한 시간이 3시 30분. 그 전에 축산면에서 빵과 우유를 먹었지만 허기가 져서 라면을 사먹었다.




해맞이 공원을 내려가면서부터 강구까지는 거의 고갯길이 없는 평지길이었다. 바람을 제외하고 나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길을 달리다보면 갯바위 위에서 길게 낚시대를 드리우고 낚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파도가 거칠고 바람도 거세게 부는 데 춥지는 않을까. 그 재미는 낚시꾼만 알 것이다.





강구는 영덕대게 집하장처럼 어수선했다. 관광 온 사람도, 대게를 사러 온 사람도 모두 이곳으로 모이는지 바닷가에 있는 점포직원들은 손님을 부르느라 바쁘다. 내일은 구룡포까지 가볼까. 거리가 역시 만만치 않다. 또 몸이 회복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행거리 : 약 81km

주행시간 ; 약 6시간 30분

주행구간 : 울진군청>망양해수욕장 > 영덕해맞이공원 > 강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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