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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10.1km
🏁 2020년 누적 거리 920.9km

1.
마포대교 중간. 나무로 만든 데크에 밤새 소주 두 병이 비를 흠뻑 맞았나 봅니다. 한병은 난간 옆에서 속을 비운 채로 굴러다니고 다른 한병은 마개도 따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벤치에 세워져 있네요. 멀리 라이터에도 가스는 가득 차 있고, 안주로 씹었을 오징어구이는 봉지만 펄럭입니다.



2.
소주 두 병...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 그런데 한병은 비었고 한병은 온전하게 버려졌고. 난간 앞에서 나뒹굴고 있는 빈병이 못내 시선을 끌어잡으며 못다한 사연을 풀어줄 것만 같은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빈병에서는 바람소리만 가득합니다.

3.
세상을 살다 보면 홀로 감당해야 할 일이 많죠. 어른이 된다는 건 고통도 책임도 짊어질 수 있는 내력이 생긴 거라던데... 내력이 약하면 감당 못할 외력이 닥쳤을 때 그대로 무너져 버립니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은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자존감은 부드러울 때 강하고 강할 때 약해지는 거겠죠.

4.
남은 소주 한병이 어쩌면 희망일 수 있겠네요. 다시 누군가와 함께 소주잔을 채우는 소리에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소주는 사랑이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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