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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2. 아침 따릉이 출근 10.5km
🏁 2021년 누적 주행거리 114.4km

마포대교 초입(마포 방향)에 얼마전부터 잡동사니 짐이 가득 실린 리어카가 세워져 있다.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리어카를 보면 폐지를 잔뜩 싣고 가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노인은 어디가고 리어카만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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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의도에 새로 생긴 거대한 쇼핑센터 근처에서 홀로 폐지를 줍고 있었다. 노인은 아내도 없고 얼마전에는 소년도 다 컸다며 집을 나가버려 혼자다. 매번 별볼일 없는 폐지 수확으로 하루 한끼만 겨우 떼우던 노인은 큰맘먹고 새로 문을 열었다는 이곳 여의도 쇼핑센터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요근래 새벽부터 나왔지만 번번히 다른 이들에게 선수를 빼앗겼던 터라 이번에는 쇼핑센터가 문을 닫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섰다. 막 쇼핑센터 출입구 앞에 올 때쯤 어마어마한 양의 박스 더미를 발견했다. 오랜만의 횡재 앞에 눈이 휘둥그래진 노인은 리어카가 움직이기 힘들만큼 폐지를 실어 나른다음 준비한 끈으로 동여맸다. 참으로 오랜만의 수확이다. 그 애가 있었다면...
다시 이 리어카를 끌고 마포대교를 넘어가야 한다. 달이 떴다. 갑자기 리어카 바퀴에 바람이 빠졌다. 노인은 바퀴를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이내 포기한 얼굴로 돌아섰다. 주머니에서 답배를 꺼내 물었다. 마포대교 위로 차들이 쌩쌩 달렸다. 저 멀리 술취한 소년이 휘청거리며 마포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노인은 리어카를 두고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5분만에 써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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