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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맛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자부하는 내가 이런 맛집 개념의 블로깅을 하는 것은 '그냥 재미'다. 사실 이런 블로깅을 위해 먹을 것 앞에 두고 요리조리 사진 찍는 행위가 나로서도 남세스러운 일이고, 쪽팔린 모양새라는 점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무슨 맛 칼럼니스트도 아니고, DSLR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모양새가 나에겐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일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선배가 하도 재미있고, 즐겁게 블로깅을 하는 걸 보면서 어쩌면 사소한 즐거움도 쌓이면 재미고 행복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서 밥 먹는 것 하나에도 10년 정성을 쌓는다면 무언가 나름대로 철학이 쌓이지 않겠느냐가 그런 것이다.

숟갈 함부로 놀리고 젓가락질 아무데나 하면 먹는 일 자체가 그저 생존의 수단일 뿐이다. 이제 먹는 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한다. 생존을 위해 먹던 것에서 이제 즐거움을 위해, 행복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식탁의 문화는 물론 생존이 가장 그 기반을 이루고 있음에도 그 생존을 넘어서는 활동이 또한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잡설을 풀어놓는 데는 "왜 이런 음식 사진, 식당 사진을 올려놓느냐"는 내 자문에 대해 한번 대답해 보고 싶음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집은 예술의전당 앞에 있는
<숙자네 부대전골>이다.

식당은 참으로 여러종류가 있다. 뭐, 대충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이렇게도 나누지만, 맛이 좋은 집, 사연이 있는 집, 분위기가 좋은 집, 역사가 오래된 집 등등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숙자네>는 사연이 있는 집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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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가 심상치 않다. 분명히 간판은 <숙자네 부대전골>이라고 되어 있는데, 유리창에는 덕지덕지 오래된 포스터와 공연안내문이 붙어 있다. 척 보기에는 무슨 DVD 대여점 같아서 처음엔 그냥 지나치고 말았더랬다. 게다가 문을 찾기도 쉽지는 않다. 초행길 손님에게는 불친절한 셈이다.

하지만, 여기는 예술의 전당 공연팀이 자주 찾는 뒤풀이 장소로 소개되었던 곳이다. 보통 무대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공연 전에는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먹지 않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거나 아예 굶는단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을 위한 배려차원이다. 그러다 보니 공연이 끝나면 뱃가죽이 등가죽과 뽀뽀하기 마련. 그래서 이곳을 찾아 부대전골을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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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라고 하지 않고 부대전골이라고 한 것은 왜일까. 여타 부대찌개와 다른 점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2인분을 시켰는데 사리는 반개다. 추가로 주문해도 되겠지만 당연히 추가 비용을 받는다. 안에 들어간 햄은 흔하게 보는 그런 햄이다. 두부는 보이는 게 전부, 좀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미나리가 들어가 국물의 맛이 남다르다. 여러 가지 재료들을 미나리와 같이 먹으면 맛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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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그렇다 치고 가게 주변에 붙어 있는 여러 공연 안내문과 포스터가 참 독특하다. 여기에 공연 관계자들의 사인이나 연예인 사인도 곱게 잘 받아서 도배를 해 놓은 모양이 많은 정성을 들였을 것 같다. 이 집 주인장에게는 하나같이 사연이 있을 법하다는 상상을 가능케 해 준다. 예술의 전당 바깥에서 예술인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식당에 있어 한번쯤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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