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의사는 그것을 이슬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자궁문이 열리면서 소변에서 혈흔과 혈흔 덩어리가 나타난 것이다. 32주. 너무 이른 때이다. 아이도 아내도 나도 준비가 덜 되었다. 무엇보다 태아가 큰일이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태아의 신체 중 폐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다는데, 이른 출산은 아이가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만일 계속 자궁문이 더 열리고 출산이 임박해지면 신생아용 산소호흡기가 있는 대학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아내는 입원했다. 아내는 울었다. 지난 주 무리해서 움직였던 자기 자신을 탓했다. 그런 아내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내 손이 부끄럽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강하지만, 유독 태어나지도 않은..
2층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이 남기고 간 빈 화분에 그동안 선인장을 키워오다가 그만 선인장이 죽어버렸다. 남아 있던 화분이 유리로 된 거라 물이 안 빠진다. 그래서 물에 담가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는지 물어보니, 꽃가게 아가씨는 아이비를 보여주었다. 이파리가 백악기 시대 공룡 발자국처럼 생겼는데, 조그마한 게 앙증맞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비를 심어보았다. 3000원이면 참 저렴하다 싶으면서도 이 작은 생명 허투루 보살피다 죽이면 어쩌나 걱정된다.
지금은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5년여의 수감 생활을 하신 분이죠. 그러나 그는 감옥 생활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던 공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나의 경우, 감옥 안에서 네 가지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그 첫째이자 가장 큰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과거 1977년 청주 교도소에서 2년간의 생활은 그야말로 독서의 생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철학·신학·정치·경제·역사·문학 등 다방면의 책을 동서양의 두 분야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중략) 진주와 청주에서의 4년여의 감옥 생활은 나에게 다시없는 교육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충만과 향상의 기쁨을 얻는 지적 행복의 나날이었습니다.” - 중에서 얼마전 사형수의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가 ..
그동안 휴대전화라면 당연히 공짜폰만 써왔다. 나에게 MP3니 카메라니 DMB 등은 최첨단 휴대전화에 딸려 오는 부가기능들은 그다지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폰은 달랐다. 내가 아이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트위터를 하면서 아이폰에 대해 오가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이다. 오가던 이야기들에서는 아이폰의 기능적이인 장점들에 대한 말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통신시장에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가의 장비를 들이겠다는 생각을 품어본 것만은 아니다. 그거야 나에게는 그저 형이상학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좀더 원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100원짜리 휴대폰, 게다가 전화통화도 별로 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보다 다양한 ..
||| 어처구니 없는 잡일 "악보 한글 데이터는 어떻게 하죠?" "하시라('면주'의 일본식 발음, 편집 용어)도 적어야 하나요? 쪽수 표시는?" "들여쓰기는 해줘요? 말아요?" "박자 표시는 그냥 약자로 한다고요?" '표기 오류 검색용 파일' 제출을 위한 작업을 하던 중 나온 수많은 논란 거리 중의 하나다. 그랬다. 김학원은 편집자가 하는 일이 3000가지나 된다고 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잡일'도 편집자의 '일'이라고 명명된다. 위대하신 교육과정평가원의 명령을 출판사에서는 어찌 거역할 수 있겠나. 모든 일은 말단 편집자들에게 다시 우박처럼 쏟아진다. 한주동안 그 일에 시달렸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된 오늘도 여전히 그 일에 낑겨 지내고 있다. 이 일로 인해 정작 해야할 작업이 미루어진다..
아내의 임신 이후 함께 여행하는 것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물론 아내의 임신보다는 그동안의 교과서 업무가 더 큰 이유일 테다. 이제 교과서 업무가 마무리 된만큼 더이상 그동안의 아내와 나의 수고를 위로하는 여행을 떠났다. 어쩌면 태아와 함께 하는 최초의 가족여행이 아니었을까. 강릉 여행을 위해 하루를 꼬박 매달렸더랬다. 코스를 짜면서 추운 겨울을 대비해 박물관 코스를 넣었으며, 바깥을 돌아다닐 때는 한낮을 주로 잡았고, 꾸준히 걸을 수 있는 장소로 선정했다. 강원도 강릉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식당을 검색해 보았고, 숙소 역시 가격과 위치보다는 휴식에 맞추어 예약을 하였다. 그러나 숙소의 경우 예약이 좀 늦은감이 있었다. 괜찮은 팬션은 이미 다 예약이 차 있었다. 좋은 팬션을 숙소로 하겠다면 최소 한..
지금 평화시장과 동대문 일대는 의류 패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지요. 그러나 1970년 오늘 여기서 한 청년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어둠을 뚫고 빛나는 화염으로 세상을 밝히고 산화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전태일. 그는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여공들이 점심을 굶는 것이 안타까워 서울 수유리 집에서 평화시장까지 걸어 다니면서 아낀 버스비로 여공들에게 점심을 사 먹인 일화는 그의 헌신과 희생이 깊은 인간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연구자였습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어려운 한문이 가득한 근로기준법을 날이 새가면서 읽고 해석하며 스스로 이해하였습니다. 나아가 그는 이 근로기준법이 고통받는 여공들에게 따스한 햇살이 되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
그러고 보니 오늘은 1자가 네 개나겹치는 날이죠. 이런 날을 사람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명목이 바로 길죽한 과자 이름을 딴날입니다. 당초 부산의 어느 여학교에서 11월 11일을 맞아 서로 살을 빼고 날씬해지자며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날이라는데, 지금은 해당 업체의 한해 매출의 절반가량을 해결해 주는 상업적인 날이 되어버렸네요. 이 날의 상업적 흥행은 아무래도미디어가 한몫을 했다고 보기에 여기서는 단 한글자도 그 과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11월 11일은농업인의 날이었죠. 과자의 이름으로 날을 기억하는 것보다 일하는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 더욱 뜻 깊고 의미 있지 않을까요? 사람의권리, 인권을 생각하는 블로그이니만큼 오늘 ‘농업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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