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아래에서
- 사무실에 핀 봄꽃 2010.02.24
- 애기똥아 나와라 2010.02.17 8
- 용산의 억울함이 동생의 가게로 오다 2010.02.09 4
- 아내의 외출 2010.02.07 10
- 아내의 탁상 달력 2010.02.01
- 접란의 점령기 2010.01.28 4
- 연말정산 2010.01.27 4
- 1월 25일날 만나기로 했었지 2010.01.25 2
사무실에 핀 봄꽃
애기똥아 나와라
얼마 전 아내의 꼼꼼한 메모에 대해 포스팅(아내의 달력)에서도 밝혔지만, 거기에는 여러 가지 기록 중에 민서가 똥을 눈 시간도 적혀 있다. 물론 민서가 똥을 싸놓고도 안 싼 척하는 경우(?)도 있어서 약간의 오차가 있기도 하다. 아기 기저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신도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민서는 2~3일에 한 번꼴로 건강한 똥을 내놓았다. 똥을 보면서 흐뭇할 수 있다는 건 아기를 키워본 부모라면 모두 동감하는 사실. 황금변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서 매번 볼 때마다 입맛을 다실 정도로 기뻐했건만, 설 연휴 전부터 시작해서 내리 6일간 민서는 똥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분명 똥을 싸는 폼이 분명한 행태도 자주 보여주었다. 팔다리를 아등바등 댄다든지, 얼굴이 시뻘게진다든지 하는 행동은 분명 자기 나름대로 힘을 주고 있는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번 그 힘이 미치지 못함인지 아직 아랫배에 힘주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인지, 결국은 그러다가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매번 밤새도록 그렇게 자다가 깨다가 힘쓰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우리 부부의 밤잠은 싹 달아나버렸다. 설 연휴 동안 시댁과 친정의 경험 많은 분들에게 여쭈어 보았지만,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고, 기껏해야 연휴 끝나고 병원 가보라는 말씀만 들었을 뿐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기 울 때마다 옆에서 "애기똥아 나와라~" 제사나 지내며 기원하는 것도 하루이틀. 결국 책과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책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의 경우 하루에도 2~3번씩 똥을 누지만 40여일 정도 경과하면 심하게는 일주일동안 변을 안 보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민서의 경우 신생아를 지나 영아 단계에 온 만큼 일주일 정도는 괜찮겠다 싶지만 똥을 싸겠다고 아등바등 대며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자꾸 보는 것도 안쓰럽기만 했다. 아기도 뜻대로 안되고 불편하니까 그렇게 울어대는 거니 말이다.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시술은 역시 용감한 하군께서 하시었다. 그 결과는 물론 성공적이었다. 누구 말대로 투게더 한 통의 똥을 받아냈다. (-_-;;)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면봉과 베이비오일을 준비한다.
2. 면봉에 베이비오일을 충분히 적신다.
3. 면봉을 조심스럽게 아기의 항문에 집어넣는다.
4. 이때 면봉 부분까지만 넣고, 면처리가 되지 않는 나무 막대는 넣지 않는다. 즉 1cm 정도가 적당하다.
5. 항문에 면봉을 넣은 다음 끝을 빙글빙글 돌린다는 생각으로 살살 항문을 자극해 준다.
그 결과 아기 뱃속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만큼의 똥이 나왔다. 그동안 이 많은 것을 속에 담고 있었으니 녀석도 힘들었을 게다. 그래도 속이 편해졌는지 잠도 잘 자고 땡강도 덜 부리니 편하다.
'구상나무 아래에서 > 하늘을 여는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민서 태어난지 93일, 그러나 교정 연령 49일 (6) | 2010.03.15 |
|---|---|
| 80여일이 지난 민서의 일상 (6) | 2010.03.08 |
| 1월 25일날 만나기로 했었지 (2) | 2010.01.25 |
| 자다가 일어나 울다 (0) | 2010.01.14 |
| 우리 딸 미숙아 의료 지원금 받은 이야기 (2) | 2010.01.12 |
용산의 억울함이 동생의 가게로 오다
누가 봐도 아담하고 정성스럽게 꾸려진 내 동생 가게. 사람들을 데리고 갈 때마다 다들 음식맛이 일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더랬다. 꼭 내 동생 가게라고 해서 맛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가게의 분위기나 음식맛은 절대 다른 가게에 뒤질 바 없이 훌륭하다.
친구와의 동업으로 시작한 가게가 올해 위기에 처해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바로 옆동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홍대앞 ‘작은 용산’ 두리반(철거민 운영 식당)의 싸움(한겨레 기사)"은 흡사 동생 가게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철거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 건물주가 바뀌고, 그 건물주가 동생을 상대로 지금 명도소송을 내놓은 상태이며, 이 재건축은 민간사업자에 의해 실시되는 공사라서 용산참사 이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앞으로 명도소송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물어보면 동생은 한숨을 쉬며 먼곳을 바라본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 일단 버텨봐야겠다"라고 말하지만, 진퇴양난에 사면초가에 빠진 얼굴이다.
용산 참사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설마 저렇게 억울한 일이 내 주위에 있을까 생각했는데, 바로 내 동생이 그런 상황에 처하니 할 말이 없다.
'구상나무 아래에서 > 밥과 꿈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공공청사의 변신, 그 속과 겉 (0) | 2010.04.27 |
|---|---|
| 워킹맘의 슬픔 (8) | 2010.02.25 |
| 인문학이 수용자를 살릴 수 있다 (0) | 2009.12.02 |
| 인간 전태일의 인권 감수성을 생각하며 (0) | 2009.11.17 |
| 농업인의 날, 농촌의 인권을 생각하는 날 (4) | 2009.11.12 |
아내의 외출
그렇지만 아내의 자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젖이 불어서 도저히 6시간 이상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 혼자 가는 여행도 쉽지 않다. 유축기를 쓰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유축기로 젖을 짤 수 있는 공간이 한국 사회에 그리 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기를 데리고 다닌다면 그게 편한 자유 시간일 수 있을까.
아내가 외출하고 나면 민서와 나의 온전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민서는 아빠와의 시간이 즐거웠는지 잠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칭얼대며 놀았다. 기저귀를 두 번 갈았는데, 한번은 기저귀 갈다가 오줌을 싸는 바람에 내 손등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고 웃음만 나온다.
아내가 들어온 후 나는 텅텅 빈 냉장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나를 위해 항상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면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남자 ' 쯤이야 대수이겠는가. 밤새 아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도 도시락을 챙겨주는 아내를 위해 장보기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내 몫이다. 하지만 장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거리 음식들의 종류도 참 많은데, 예전에는 대충 가격보고 샀다면 지금은 포장물에 적힌 구성 성분 등도 꼼꼼히 따져본다. 아내가 적어준 내용과 함께 이것저것 구매하다 보니 금세 5만원이 넘어간다. 덕분에 5만원 이상 구매한 이들에게 주는 카밀라유를 공짜로 받아오는 행운도 챙겼다. 당분간은 장볼 일은 없을 듯싶은 흐뭇함으로 냉장고를 채웠다.
아내의 탁상 달력
벽걸이 달력이 줄어든 대신 탁상달력이 넘치고 있다. 안방 책상에도, 체중계 근처에도, 아기 머리맡에도 탁상 달력이 놓여 있다. 달력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데는 젬병에 가까운 수준인 나에게 탁상달력은 그저 요상한 물건일 뿐이다. 결혼하고 난 후 체중계 옆에 있는 탁상 달력에는 매일 아침 아내와 나의 몸무게를 적어 놓는다. 처음에는 임신한 아내의 몸무게 변화를 통해 건강 여부를 체크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는 내가 더 적극적이다. 몸무게를 줄여보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적고 있지만, 실상 줄어들기 보다는 더 늘어나는 걸 막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성실하게 기록하다 보면, 한 달 동안의 몸무게의 변화가 혼란기 주가지수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겨울 동안 몸무게를 지켜내는 데는 이 탁상 달력과 체중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민서의 탁상 달력도 있다. 아기 머리맡에 놓아 둔 탁상 달력은 아내의 꼼꼼한 기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민서가 똥을 몇 번을 싸고, 몇 시에 젖을 물렸으며, 목욕은 언제 했는지의 기록들이 자세히 정리된 것이다. 아기에게 특별한 이상이 있을 때나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는 날도 메모가 되어 있다. 민서 태어난 이후의 날들을 하루하루 셈해서 적어 넣는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또 따로 포스트잇을 사용하여 아기의 특이사항을 메모해 놓고 이후 병원 검진 때의 질문 목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내의 기록에서 아기의 미래를 본다. 기록은 적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담았다. 우리의 체중 기록이 서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이정표였듯이, 아기의 일상을 메모한 달력은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기의 미래를 그려보는 조감도를 보는 것과 같다. 탁상 달력 하나에 적혀 있는 소소한 메모도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이다.
접란의 점령기
작년 6월 달에 길거리 접란을 들여온 적이 있다(관련글 >> 접란이 들어오다). 식물 카페에서 보니, 접란이란 종자는 어디서나 잘 죽지 않으며,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번식도 활발하다고 들었더랬다. 내가 들여온 접란도 아주 잘 자라주었다. 게다가 삐죽하게 올라왔던 줄기에서 여러 개의 새끼 접란을 틔우기까지 했다. 사실 분양이나 옮겨 심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른다. 모르면 더 용감해지는 것. 과감하게 옮겨 심는 걸 시도해 보았다. 새끼 접란을 줄기에 최대한 가깝게 잘라내서 사무실의 빈 화분에 대충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그렇게 지금은 다섯 개의 화분에서 접란이 자라고 있다. 모두 건강하다.
지금은 본 화분에서 벌써 또 다른 줄기가 하나 자라고 있다. 옮겨 심어야 할 새끼 접란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이러다가 사무실 곳곳이 접란으로 수북해지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사무실로 오자마자 더피(줄고사리과 식물>>관련글)로 시작한 화초 키우기는 어느덧 내 책상 주변을 화초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식물과의 거리를 가까이 하는 것은 온갖 최첨단 기계와 통신 장비로 내 삶을 채우기는 여전히 공허한 느낌 때문이었다. 특히 생명의 자람은 기계가 주는 딱딱한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동경을 잃어버린다면 삶은 더 황폐해질 것이다.
사무실 책상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식물로 채우다 보면 반대로 비워야 할 일도 많아진다.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고민하는 것부터 이미 살아있는 것들과의 공존을 생각하는 것이다. 식물이 주는 여유는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분양을 하면서 다른 이에게 이런 마음을 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물론 키우다가 죽인 화초도 여럿 있다.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목숨을 이어간다. 죽어가는 것들은 나의 정성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어찌할 수 없는 병충해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내 책상의 한켠에서는 이렇게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오간다. 그런 것들이 삶에 자극이 된다. 그리고 그런 자극 속에서 나의 항상심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연말정산
올해는 나를 세대주로 등록했다. 동거인도 두명이나 생겼고, 그 중 한명-딸, 민서-은 내 부양가족으로 등록됐다. 달라진 나의 지위에 다시 한번 움찔했다. 키가 1cm는 작아지지 않았을까.
지난해 내가 썼던 카드값에 또 손발이 오그라든다. 결혼으로 인해 들어간 비용이 만만치 않았으니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래도 급여액의 3 %에 훨씬 못미치는 저렴한 의료비를 보면서 위로해 본다(아내의 병원비와 출산비 등은 아내쪽에서 등록하기로 했다). 그래도 크게 아픈 데 없이 한해를 보냈구나 싶어 뿌듯해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몸 곳곳에서 이상 신호를 보냈던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다.
매해 해온 연말 정산, 해가 갈수록 간소화되는 걸 느낀다. 책상 서랍을 뒤집어 가며 먼지 폴폴 날리는 영수증을 찾아, 이면지에 덕지덕지 풀칠해 붙이던 게 엊그제 같다. 요새는 주민등록등본도 인터넷을 바로 뽑을 수 있으니, 간단해졌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인생도 살수록 복잡해 지는 거다. 세대주가 되고 가족이 생기고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늘고 여러가지 적어야 하고 준비해야 할 증명 서류들이 늘어난 걸 보면 연말정산 보다 복잡한 건 인생임에 틀림없다. 국가나 사회는 그게 성장이라고 한다. 심지어 '성장률'이라는 복잡한 수치로 친절하게 위로하려 들 때도 있다. 성장... 인생의 무게를 대치할 만큼 매력적인 단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단순히 키만 크고, 가진 돈이 늘어나고, 집이 커지고, 자동차가 생기는 것이 성장일까. 당장 기부금 목록은 '0'이다. 그래도 2008년 소득공제 신청할 때는 얼마 안되는 유니세프 기부금 영수증이라도 붙여서 흐뭇했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 성장의 이면에 있는 빈곤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다 따뜻하고 온기 있는 성장을 생각해 본다.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이 겨울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겨우내 쏟아졌던 눈비 때문일 것이다. 봄되면 그 많은 눈비들이 그야말로 봄물처럼 쏟아지겠지. 작아지는 내 키를 재잘재잘 놀리면서 말이다.
'구상나무 아래에서 > 일상의 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내의 탁상 달력 (0) | 2010.02.01 |
|---|---|
| 접란의 점령기 (4) | 2010.01.28 |
| 겨울비 안개 속으로 (0) | 2010.01.20 |
| 하군과 민서 (2) | 2010.01.18 |
| 존엄한 가난을 위해 - 아이티를 돕자 (0) | 2010.01.15 |
1월 25일날 만나기로 했었지
'구상나무 아래에서 > 하늘을 여는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80여일이 지난 민서의 일상 (6) | 2010.03.08 |
|---|---|
| 애기똥아 나와라 (8) | 2010.02.17 |
| 자다가 일어나 울다 (0) | 2010.01.14 |
| 우리 딸 미숙아 의료 지원금 받은 이야기 (2) | 2010.01.12 |
| 재롱 잔치는 시작됐다 (14) | 2010.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