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서 다시 책들을 정리했다. 이전에 아내와 책들을 합칠 때보다 더 정밀한 구분 작업을 했다. 시와 한국 소설 쪽은 출판사 별로 하거나 시리즈별로 해야 보기 좋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보기에는 좋아도 실제적인 활용에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작가 이름 순서로 정리해 보았다. 동일 작가의 작품들이 가지런히 배열되니 책을 보는 느낌이 다르다. 시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시집이 7권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안도현, 김용택, 김남주의 순서를 나타냈다. 소설에서는 황석영의 소설이 5종으로 많았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아내와 내가 둘다 가지고 있는 시집이나 소설이 몇권 나타났다. 교양과학과 역사(신화) 관련 책을 한칸에 몰았다. 경제와 환경 관련 서적도 일단 하나의 칸에 몰았다. 사회비평은 ..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괴멸하는 시커먼 우주의 진공. 그리고 어딘가에는 쫓겨 다니며 숨어 있는 여우들처럼 몸을 떠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와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 - 149쪽 남자의 손에 소년의 손이 잡혔다. 두툼한 외투와 헐어서 너덜너덜한 신발을 질질 끄는 사이로 바람은 발밑의 재를 쓸어 올리며 귀밑으로 달려들었다. 지구는 여전히 스스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에서는 멈춘 지 오래다. 밤과 낮은 그 농도만 다를 뿐 똑같은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다. 다시 기침이 시작됐다. 쉽게 멈추지 못할 때가 많다. 남자는 지도를 폈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는 길이다.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안전한 곳. 그러나 ..
홍어 아버지는 홍어다. 얼굴 생김새도 홍어처럼 네모지다. 수컷 홍어의 생식기가 두개라는 데 노름꾼에 건달인 아버지는 이웃 동네의 유부녀와 놀아나 야반도주를 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속절없이 기다린다. 바다 깊은 곳에서 산다는 홍어를 어머니는 부엌에 매달아 놓았다. 홍어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마치 피트 하밀(Pete Hamill)의 소설 "노란 손수건"처럼 아버지에 대한 용서와 기다림을 홍어로 표시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눈이 온 세상을 뒤덮었던 어느날, 이름도 없이 거지 같이 떠돌던 여자 아이가 들어온 그날에 홍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그 아이에게 매질을 했다. 겨울 들판을 들짐승처럼 떠돌던 그 여자 아이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 매질을 견뎌 냈다. 어머니는 그 아이..
야근이 싫다. 야근은 삶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어긋나게 한다. 일을 정규 근무 시간에 마무리 짓지 못하고 밤늦게 혹은 주말까지 겹쳐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기 계발에 투여할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해도 일주일에 1~2회 정도 주기적으로 학원에 가야하는데, 이런 시간을 잡을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쌓여 가는 야근 시간은 그만큼 스스로를 속박하고 옥죄어 주어진 일밖에 할 수 없는 기계적인 노동자로 만들 뿐이다. 창의적으로 일하고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일하는 노동자를 죽이는 제1의 공로자가 바로 야근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최장의 노동시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함에도 최근 들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이 40..
“창박게 부는 바람, 죽음의 시늠소리도 드러쓸 것이고 갓 태어난 아기의 숨소리도 거쳐 왓슬 것이다. 잠 못 이르는 이 밤, 바람에게 마는 사연을 듣는다.” -홍영녀님의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서- 홍영녀님은 포천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칠순에 한글을 배워 주욱 일기를 쓰고 계십니다. 자손들이 팔순 생신 기념으로 일기를 책으로 엮어드렸습니다. 슬하에 6남매를 두었지만,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하시는데, 씩씩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외로워야 한다.” 지난 1월25일 정기적으로 받는 메일의 일부였다. 70이 넘어 글을 깨우쳐 매일 쓴 일기가 벌써 8권에 이르는데 그 할머니와 가족의 이야기였다. 80이 넘으신 할머니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외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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