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구피, 화이트 미키마우스 플래티, 비파, 코라도라스. 새롭게 식구가 되었다. 배송 과정에서 화이트 미키마우스 플래티 한 마리가 힘들었는지 어항에 합사한 이후 몇시간만에 죽은 것을 빼놓고 모두 건강하다. 수초도 좀 들여놓았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있던 물고기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어항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었을 거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떠난 후배 최가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두자짜리 큰 어항을 들고 온 적이 있다. 택시에서 엄청나게 큰 물건을 조심스럽게 내리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가 남겨준 뜻밖의 선물 중 이제 어항만 남아 있다. 선물로 시작된 물고기 기르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일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어항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얼핏 떠오른다.





물고기를 길러보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해수어항의 화려한 멋에도 빠지기도 했고 수초 어항의 신비스러움에 감탄하기도 여러번. 나도 저런 화려한 해수어항이나 신비로운 수초어항을 시도해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뿐 도전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해수어항이나 수초어항을 관리하는 일은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않다. 그래서 여전히 좀더 손쉬운 물고기들로 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딸의 시선이 머물고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있어 좋다. 



수초어항의 좋은 예 ▲출처 : 마법의 정원(Photograph by Shay Fertig, Israel)


해수어항의 좋은 예 ▲출처 : Palma aquarium (위키는 이쪽)





어찌됐거나 대식구를 들여 놓았다. 먹여 살릴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있는 살림이었고 새로 들여놓는 것은 동그란 식물 장식과 치어망이 전부다. 부디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저번처럼 약한 놈 잡아먹는 불상사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구피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키우는 물고기 중의 하나다. 번식도 쉽고, 서로 평화롭게 잘 사는 물고기들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일반적인 구피들이 1000원, 꼬리가 까만 구피는 2000원이다. 3000~5000원까지 하는 구피도 있지만 그것들은 구입하지 않았다. 구피는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데, 자기 새끼들을 잡아 먹는다고 하니, 새끼를 낳을 때 쯤에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은 성공적으로 번식을 시키는 게 목표다.

아침마다 민서에게 물고기를 보여준다. 민서는 한참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본다. 관상용이자 애완동물로 물고기는 매우 유용하다. 조용하고 손이 별로 많이 가지 않으며,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건조한 고층 아파트의 특성상 어항은 습도 조절에도 매우 유용한 장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항을 청소했다.


어제밤에 어항을 쳐다보고 있다가 결정했다. 저렇듯 더러운 물 속에서도 이놈들은 잘도 살아간다, 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 며칠전 한마리가 죽었다. 물론 그 죽음의 원인은 알 수 없다. 생긴걸 보면 배가 터져 죽은 거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배가 볼록했다. 배변이 되지 않는 병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한마리가 그렇게 비명횡사를 했다. 어항청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어항청소는 대공사다. 매달 여과기를 씻어주고, 물을 때때로 갈아주지만 어항을 청소한다는 것은 최소한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엄청난 근력이 소모되며, 꼼꼼한 세심함으로 시시각각 물고기의 변화를 관찰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다.


먼저 대야에 어항의 물을 일정정도 담는다. 여기에 당분간 이 물고기들을 놀게 한다. 열대어들은 물의 변화에 민감하다. 물고기가 여기에 있는 동안은 여과기도 작동하지 않고, 대야의 크기도 어항에 비해 턱없이 작기 때문에 물고기들은 긴장한다. 움직임도 줄어들고, 저희들끼리 똘똘 뭉쳐있다. 아가미나 주둥이의 움직임도 둔하다. 저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는 어떤 생물이든 쉽지 않은 고난이다.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위의 작업은 먼저 깔데기를 이용해 물을 빼면서 진행된다. 물을 빼고 나서 어항을 통째로 목욕탕으로 옮겼다. 세수비누를 이용해 어항의 겉과 속표면을 닦아주었다. 밑바닥에서는 엄청난 양의 부유물들이 쏟아져나왔다. 물을 여러번 갈아주면서 헹궈야했다. 물고기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갔나 신기할 정도다. 물론 내 무관심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어항 청소가 끝나면 곧바로 다시 원위치로 옮겨놓고 물을 붓는다. 원래는 수돗물을 하루정도 묵히는 게 좋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냥 수돗물을 틀어 새로 부었는데, 거기에 바로 물고기를 넣을 수는 없다. 게다가 이 물고기들이 열대어라서 수온이 최소한 22도 이상은 되어야 했다. 첫 수도물은 16도 정도에 불과했다. 먼저 히터를 씻어서 최대 온도로 히터를 올려서 넣었다. 그래도 물은 너무나 천천히 데워졌다. 물이 데워지는 동안 여과기를 씻었다. 여과기는 한달에 한번씩 청소를 해주는데도 많은 부유물들이 쏟아져나왔다. 여과기를 청소하고 다시 온도계를 보았는데 이제 18도를 넘기는게 아닐까. 결국 뜨거운 물을 더 부어주어 20도로 맞추었다. 수온을 올려주기 위해 어항등까지 환하게 켰다. 그 외에 물갈이약도 넣어주고, 정화제도 넣어주었다.


간신히 물을 20도로 맞추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고기들을 어항에 넣었다. 갑자기 집어넣으면 놀라니, 바가지에 담아 조금씩 어항의 물과 이전의 물을 섞어가면서 서서히 담가놓았다. 역시 물의 변화가 어색한지 녀석들은 바닥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가만히 지켜보았다. 조금씩 구석구석을 탐색하던 녀석들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여전히 차가온 수온과 낯선 물이 걸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별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녀석들은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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