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제출했다, 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제출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책이니 더이상의 미련도 괜한 정신 낭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기는 필요하다. 과연 처음에 가졌던 초심이 잘 반영된 책일까. 책을 생각할 때 가졌던 그 마음들과 생각들과 의지들이 세상에 나온 책들에 잘 반영되어 있을까. 어디나 어려움은 있다. 천재적인 저자이지만 나태함은 어쩔 수 없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책임감이 없는 디자이너도 어쩔 수 없다. 실적만 요구할 뿐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도 어디나 비슷하다. 예술적 투혼은 있어도 앞뒤로 꽉막힌 삽화가는 또 어떤가.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이상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는 없어 보인다. 편집자? 어디서나 여기저기 치이기 마련이다. 그나마 편집..
“무슨 일 하세요?” 상대방을 알고자 할 때 가장 쉽게 던지는 말이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는 오래된 관념이 투영되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편견을 담는 말이다. “편집자에요. 책 만드는 일을 하죠.” 내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럼 상대방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할 것이다. 상대방의 지인 중에 편집자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 절망스럽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어떻게 편집자를 묘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작가가 받는 스트레스의 근원은 보통 편집자 혹은 편집장의 마감 독촉이다. 마감 독촉을 하는 편집자의 모습을 작가들은 사악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마감 원고를 받기 위해서는 옆에서 밤새도록 방문앞을 지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독종들로 묘사하..
길고 긴 장정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왔다. 그동안 하군(마눌님 애칭)과 뜨기(태아 애칭)에게 서운하게 할만한 일이 많았다. 하지만, 하군은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나와 같이 있는 시간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언제나 많은 것을 이해해 주었고, 뜨기는 새벽에 들어오는 아빠의 음성을 잊지 않고 힘찬 발길질로 맞아 주었다. 직장인의 밥벌이 노동은 어디가나 비슷하겠지만, 교과서 편집 업무는 마치 수많은 야수와 독충들로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탐험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거다. 오늘도 아는 후배 하나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로 나 죽을뻔 했어요." 그 말이 결코 평범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이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노고 속에서 탄생한다. 단행본 출판사에서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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