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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작업이 끝났습니다. 9월 22일부터 기록된 야근시간만 379시간. 근무시간 560시간까지 합친다면, 940시간, 그러니까 거의 1천 시간의 땀과 노력이 투여됐습니다. 물론 늦게 합류한 나의 야근시간은 다른 이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원고를 다시 쓰고 뜯어 고치며, 교정쇄만 7~8교까지 뽑아냈습니다. 팀에서 쓰고 버린 빨간펜만 모아도 한 타스는 나오지 않을까요.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그보다 몇 십 배 많은 종이들이 희생됩니다. 어느날은 프린터기가 하루종일 종이를 내뱉다가 지쳐 실신하기도 하지요.

그뿐일까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고 삼시 세끼는 꼬박꼬박 채우면서 운동을 못하다 보니 몸무게는 4kg 가까이 불었습니다. 툭 튀어나온 허릿살을 빼기 위해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지 알 수 없네요. 눈비만 오지 않는다면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해야겠습니다.

불어난 살들이야 어찌됐든 내 몸의 일부이겠지만, 소원했던 인연들을 복원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직원들끼리도 아쉬웠던 술자리를 다시 이어가야 할 일도 필요하고, 친구들과 선후배들과도 다시 술약속을 잡아야겠습니다.

우리 교과서를 디자인 하셨던 분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우리 팀 전원에게 작고 예쁜 수첩 하나씩을 선물했습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카드에는 예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네요. 그 일부만 옮겨 오면,

“교과서 작업이 때로는 조금 피곤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주위의 좋은 분들과 함께 했던 작업이라 보람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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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노동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우리가 맺는 사회적 관계를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과 땀으로 빚어진 것은 하나의 교과서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인연과 사회적 관계의 자리매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은 축복이며, 노동 그 자체가 삶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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