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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장에서 산타기






























스키장에서 산을 탄다면 우습게 들리려나? 어떤 이는 스키 때문에 겨울을 기다린다고 하지만, 스키를 못타는 나 같은 사람들은 그저 사부작사부작 걸어다니면서 천천히 유람이나 하는 등산이 최고다. 폭폭 썩어가는 낙엽 냄새도 좋고, 등줄기로 또르르 굴러가는 땀방울의 느낌도 좋다면 비발디파크에 가서도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원래는 팔봉산 등산을 하려 했는데, 입산 금지라 할 수 없이 비발디 파크의 오크동 뒷편으로 해서 두능산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그야말로 산책길 정도로 제일 킨 코스가 고작 3.5km에 불과해 천천히 걸어도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작은 산인데도 리조트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거창하게 자연 휴양림을 붙였지만, 휴양림이라고 하기에는 숲이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다. 앞에서 말한 3.5km의 A코스는 두능산 정상을 오르는 길이다. A코스는 두능산 정상을 오르는 만큼 정상에서 만나는 풍경이 좋다. 구름이라도 낮게 깔리는 날이면 그 풍경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날이 아주 맑았기에 그 풍경을 만날 수는 없었다. A코스와 달리 B와 C코스는 2.5km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고 하며, D와 E코스는 각각 1.5km와 1km의 짧은 코스로 아침 산책이나 식사 후 산책 코스로 즐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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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유격장은 이제 그만


역시 맨 뒤에서 쫓아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번에 함께 두능산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 대부분을 잘 모르는 사람었지만, 등산은 그런 어색함을 덜어주는 데는 그만이다. 초입에서는 마치 유격장 같은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회사나 단체 단위의 단합대회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일일 군입소 체험이니, 해병대 체험이니 하며, 여러 형식의 군사훈련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다. 함께 하는 모험과 도전에서 서로간의 우정과 사랑이 더 돈독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모험과 도전이 아니라면 그것은 의미없는 노동에 불과하다.

우리 중 아무도 그 구조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저 나만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스키장이라서 그런지 두능산 정상까지 오르려는 사람들은 우리 외에는 볼 수 없었고, 푹신한 낙엽들이 고스란히 발끝에서 차이고 있었다. 


 



두어번 쉬면서 올라왔는데도 금새 두능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조망은 좋았다. 퇴색되어 가는 붉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한겨울이지만, 마치 가을의 끝자락을 보는 느낌이다. 멀리 홍천강 굽이길도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의 산세는 역시 꽤 거칠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 길은 약간 질퍽거렸다. 날씨는 그정도로 따뜻했던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는 이끼가 다복하게 자랐다. 옹기종기 모여 작은 이파리들을 부대끼며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끼들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한겨울이라 그런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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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가 없는 산


하산길에는 잘 만들어진 숲속 카페도 만날 수 있었다. 겨울이라 열지 않았다. 여름이였다면 여기저기 사람들이 시원한 얼음을 띄운 차 한잔을 마시면서 산등성이를 넘어온 바람을 만나고 있었으리라. 여름에는 햇볕을 피해 숲속으로 들어가지만 겨울철에는 햇볕을 쫓아 야외로 나오고, 등산을 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는 겨울철 등산을 하면서 방에 웅크려 있으면서 쌓였던 노폐물을 땀으로 배출하고 햇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타민 D를 얻는다. 즉 겨울 등산을 하면서 몸을 청결히 할 수 있고, 뼈와 근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들도 집을 비웠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사람들이 만들어 준 집에서 살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리조트가 들어서고 여기저기 스키장과 골프장이 만들어지면서 새들은 이곳이 지겨워졌는지도 모른다. 새들이 찾지 않는 산, 새들이 떠난 산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발걸음 소리도 죽이면서 내려왔다. 새들이 떠난 이유는 멀리서 들려오는 스키장의 요란한 음악 소리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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